항목 ID | GC026A0204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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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전라북도 김제시 광활면 옥포리 화양마을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한천수 |
땅도 나이를 먹는다. 어떤 작물을 심어도 잘 되고 잘 자라는 젊은 땅이 있는가 하면 잘 자라지 않는 늙은 땅이 있다. 작물도 지력(地力)을 고갈시키는 작물이 있고, 지력 회복을 돕는 작물이 있다. 지력이 고갈된 땅은 휴경하거나 지력 회복을 돕는 작물을 심고, 퇴비나 비료를 넣어 지력을 상승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으로도 지력 회복이 어려우면 다른 곳의 흙을 가져와 땅의 성질을 바꾸는 객토(客土) 작업을 진행한다.
[늙은 땅이라 땅심을 돋워야 해]
화양마을이 자리한 광활면은 갯벌을 간척한 지 80년이 넘었다.
땅의 나이로 치면 늙어도 한참 늙은 땅이다. 이렇게 늙은 땅에 2모작, 3모작을 경작하려면 많은 양의 퇴비나 비료를 땅에 넣어 땅심[지력(地力)]을 돋우어야 한다. 가을걷이가 끝난 광활면의 들판은 하우스 감자 농사 준비로 분주하다. 하우스 감자 농사의 첫 단계는 땅에 퇴비를 넣는 것이다. 광활의 겨울은 숙성된 돈분(豚糞)[퇴비의 일종] 냄새로 시작된다.
“여기는 모든 작물이 잘되는 땅여, 개간지 막은 데라. 갯땅을 막아 놓은 곳이라 잘돼, 뭔 작물이고. 그래서 하우스 감자도 유명하고, 딸기도 유명하고 그렸어. 감자 같은 것도 고라실[깊은 산촌]서 황토에다가 심어 봐야 잘 안 돼. 여그는 토질이, 미생물 거시기가 많디야. 그래 갖고 여기서 감자하면 잘되고 병이 안 걸려.
[감자 농사에] 화학 비료 넣긴 넣는데 많이 못 넣어, 퇴비를 많이 넣지. [퇴비] 한 배미[3,966.94㎡] 찌끄러 주는디 80만 원썩 받아 가. [퇴비는] 돈분, 톳밥에다 썩흔 놈. 돈분이라 냄새가 많이 나. 냄새 말도 못 혀.”[이순구, 1931년생]
“여기는 하우스 감자라 비 안 맞고, 땅 자체가 개간지라서 그런지 같은 감자라도 먹어 보면 여기 감자는 그냥 감자 자체만 삶아도 간이 맞아요, 고소한 맛이 나면서. 노지[평지]에서 나오는 것은 싱거워. 여기 감자는 간이 맞어. 그만큼 염기[소금기]가 있다는 얘기지, 철분도 많고. 우리도 여기 감자 먹다가 다른 감자 먹으면 맛이 없어.”[이명순, 1955년생]
[볼땅에는 감자 심고 질땅에는 벼 심고]
화양마을이 자리한 광활에는 감자가 잘되는 땅이 있고, 쌀이 잘되는 땅이 있다고 한다. 감자는 볼땅에, 쌀은 질땅에 심어야 맛도 있고 생산량도 좋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은 삶의 경험에서 직접 배어 나오는 것인데, 이것을 잘 이용하면 농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여그도 땅이 두[二] 질이 있어요. 볼땅이 있고, 질땅이 있어요. 볼땅은 땅이 좀 허물허물 해요. 말하자면 퍼석퍼석 허고. 질땅은 찰져 가지고 논도 잘 안 마르고, 밭을 맨들라면 힘들거든. 볼땅이 그냥 버근버근 허니까 [감자 농사에] 좋아요. 볼땅이 감자가 잘돼. 나락은 질땅이어야 잘돼. 질땅이 쌀 맛도 좋고 쌀도 더 많이 나. 감자는 볼땅이 더 훨씬 잘되고 그래요. 광활 땅이 과일나무도 잘되는데, 사과하고 배하고는 잘 안 돼요. 근디 감, 매실 같은 것은 잘되요, 포도 그런 것.
감자는 퇴비 좋은 놈을 많이 써야요. [퇴비는] 돼지 똥이 제일 낫다고 봐야죠. 소똥도 좋기는 좋은데, 돼지 똥만 못 해. [퇴비는] 첫째가 가스가 무서워서 못 써요. 가스로 감자 많이 죽어요, 욕심 많은 사람들은 [퇴비를] 많이 주거든. [덜 숙성된 퇴비는] 구멍 속으로 가스가 올라오면 감자가 부대끼는 거요.”[임인식, 1944년생]
[정보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