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6017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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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미역 | The Longest Tale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전라북도 김제시 |
집필자 | 이윤애 |
[정의]
전라북도 김제시에서 가장 긴 이야기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채록/수집상황]
「가장 긴 이야기」는 전라북도 김제시 백구면 반월리 주민 이수산이 구연한 것을 채록한 것이다. 전라북도 문화관광정보[http://www.gojb.net/]에서 전라북도 지역의 전통문화에 관한 문화재자료를 소개하고 있는데, 전설·시 부분의 전설 부문 김제시 편에 실려 있다.
[내용]
옛날하고도 아주 먼 옛날, 사람이 지금같이 많이 살고 있지 않던 시절에 한 마을에 아버지와 아들이 살고 있었다. 집은 100여 채나 되는 큰 마을이었는데도 이 마을에서는 이야기를 통 들을 수가 없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이야기 들을 데가 없었다.
그러던 중 마을에 이야기꾼이라고 소문난 사람이 이사를 왔다. 그래서 아버지는 이야기를 들으러 이야기꾼 집으로 갔다. 그런데 이야기꾼이 하는 말이 “이 귀한 이야기를 그냥 들을 수야 있습니까? 돈 냥이나 내놓으시면 들려드리리라” 하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얼마나 내면 되겠소?” 하니까 “한 번에 열 냥이면 되겠소” 하였다. 그리하여 아버지는 한 자리에 열 냥을 내고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의주 압록강이 있지요?” 하고 이야기꾼은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아, 있지요” 하고 아버지가 대답하였다. “그 압록강을 건너가면 중국 땅입니다. 요동 칠백 립니다. 거기 갈대밭에 쥐가 수천 마리 있는데, 갈대밭에서 먹을 것이 없어서 그 쥐가 한국으로 건너옵니다.” “그 건너로……” 하고 아버지가 중얼거리자 “이야기 들으시면 꼭 대답을 해야 합니다” 하고 이야기꾼이 말하였다. 아버지가 “그럽시다” 하고 대답하니 이야기꾼이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건너올 적에 쥐가 그냥 한 마리가 오는 게 아니라 쥐가 쥐 꼬랑지를 물고 오더라 이겁니다. 쥐 한 마리가 쥐 꼬랑지를 물고, 또 한 마리가 쥐 꼬랑지를 물고, 또 쥐 꼬랑지를 물고, 물고. 아, 이래서 수천 마리가 압록강을 건너옵니다.” “그렇지요.” 아버지가 대꾸하자 이야기꾼이 물었다. “거, 소리가 나겠소, 안 나겠소?” “아, 소리가 나겠지요.” 이야기꾼은 옳다구나 하고는 “옴방통방 옴방통방……” 이 소리만 해 댔다.
“옴방통방 옴방통방 옴방통방…….” 이 소리만 하다가 저녁때가 다 되었다. 아버지가 “아, 이야기 다 끝났소?” 하니까 이야기꾼은 “아직 멀었소” 하고는 계속 “옴방통방 옴방통방……” 하였다. 아버지는 배도 고프고 밤낮 듣는 소리가 그뿐이라 “에이, 그만 들을라오” 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들어가니 식구들이 “아버지. 이야기 들으러 갔다 왔으니까 들은 이야기나 해 주세요” 하고는 아버지 곁으로 모여들었다. “아, 이러쿵저러쿵해서 의주 압록강 너머에, 저 요동 칠백 리에 쥐가 많은데, 쥐들이 배가 고파서 한국으로 건너오는데 쥐가 쥐 꼬랑지를 물고, 쥐가 쥐 꼬랑지를 물고, 또 쥐가 쥐 꼬랑지를 물고, 아 그래 갖고서 건너오니까, 옴방통방 옴방통방…… 그 소리만 하더라.” “아, 다른 소리는 없어요?” “그 소리 밖에는 없어. 내일 가서 또 한 번 들어보자.”
그래서 아버지는 그 이튿날 다시 이야기꾼 집에 갔는데, 듣는 이야기가 또 그 소리였다. 며칠 동안 다녀도, 열 번을 가면 열 번이 다 밤낮없이 그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이야기꾼은 그 이야기 하나 갖고 이야기 장사를 한 것이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머리를 맞대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이야기꾼 장사놀음에 공연히 돈만 빼앗긴 꼴이었다.
“아버지! 아버지가 그동안 늘 다녀봤지만 다른 이야기는 못 들었으니까 내가 한번 가 보겠습니다.” 아들의 말에 “아, 그러면 그래 봐라” 하고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아버지, 나 백 냥을 주시오.” “이놈아! 한 자리에 열 냥씩밖에 안 받는다.” “아니오. 백 냥을 가지고 가서 나는 이야기 내기를 할랍니다.”
이렇게 하여 아들은 백 냥을 가지고 이야기꾼 집에 갔다. “나는 이야기를 들으러 온 것이 아니라 이야기 내기를 하려고 왔습니다.” 아들의 말에 이야기꾼은 “아, 그거 좋지. 내기를 하자” 하며 자리를 내주었다. “그러면 내기를 어떤 식으로 할까요? 아저씨 이야기에는 마디마디가 있소?” “아, 마디마디가 있다마다.” “그러면 두루마리를 죽 놓고서 종이를 펴 놓고 거기다가 붓으로 마디마다 점을 찍읍시다.”
이야기꾼이 가만히 생각해 본즉 자기 이야기보다 더 긴 이야기는 세상에 없었다. 아무리 해도 ‘옴방통방 옴방통방’ 하면 수백 점, 수천 점이라도 찍을 수가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야기꾼은 그렇게 하자고 하였다. 그러니 아들이 말하기를 “그런데 조금 걸기는 없고, 난 지금 백 냥을 갖고 왔소. 그러니까 백 냥 내기를 합시다” 하였다. “그래. 백 냥. 네가 이기면 내가 열 배인 천 냥을 주고, 내가 이기면 백 냥만 받겠다.” “그럼 그렇게 합시다. 약속대로 합니다.” “아무렴. 약속대로 해야지. 약속대로 안 하면 안 된다.”
이런 말들이 오가던 중 점심때가 되었다. 아들이 이제 내기를 시작하자고 하니 이야기꾼은 “아, 점심이나 먹고 해야지” 하였다. “그럼 그렇게 합시다.” 밥을 먹은 두 사람은 이야기 내기를 시작하였다. 이야기꾼이 먼저 이야기를 하였는데 “옴방통방 옴방통방……” 하면서 죽 점을 찍어 내려갔다. 이렇게 하여 저녁때가 되었다. 이야기꾼이 배가 고파 “밥을 먹고 하자”고 하니, 아들은 “아니오. 이야기가 다 끝났으면 진지 드시고, 이야기가 안 끝났으면 진지 못 드십니다” 하였다.
아들이 말에 이야기꾼이 드는 생각이 ‘아 이놈이 나보다 더 긴 이야기를 하려는가 보다’ 하고는 이야기를 조금 더 하였다. ‘내가 이렇게 마디마디마다 종이를 한 반절이나 차게 해 놓았는데, 아무리 네 이야기가 길다 한들 이 이상은 길 수 없을 게다.’ 이야기꾼은 이제 다 끝났다고 하며 밥을 먹자고 하였다. 이렇게 하여 둘은 함께 저녁밥을 먹었다. 밥을 다 먹은 이야기꾼이 “이제 네 이야기를 시작해라” 하고 말하자 아들은 “아닙니다. 아저씨도 낮에 했으니까 나도 오늘 자고 내일 낮에 하렵니다” 하였다.
다음 날 아침, 아들은 아침밥을 아주 든든히 챙겨 먹었다. 두어 끼니쯤은 거뜬히 굶을 수 있을 정도로 배를 채우고는 이야기꾼의 집으로 갔다. “이야기하러 왔습니다.” 이야기꾼과 마주 앉은 아들은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우리 집 뒤에 가면 큰 둥구나무가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장마 때가 되어 하늘에서 큰 비가 옵니다. 그래서 둥구나무 속으로 빗물이 들어가는데, 그 소리가 나겠습니까, 안 나겠습니까?” “아, 물이 흐르면 소리가 나겠지.” “예. 쫄쫄 쫄쫄 쫄쫄 쫄쫄 쫄쫄 소리가 난다 이 말입니다.” 이러면서 아들은 그 ‘쫄쫄’에다 점을 찍었다. 처음에는 “쫄쫄 쫄쫄” 이러다가 나중에는 “오졸쫄쫄, 오졸쫄쫄쫄, 오졸쫄쫄쫄……” 이러면서 점을 찍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점심때가 되었다. 이야기꾼이 배가 고파 “그만 밥 먹고 하자” 하니 아들은 “아닙니다. 내 이야기는 아직 안 끝났으니까 밥 안 먹어요. 가만있어 봐요” 이러면서 계속 “오쫄쫄쫄, 오쫄쫄쫄” 하였다.
아들은 그렇게 저녁때까지 앉아 계속 “오쫄쫄쫄, 오쫄쫄쫄” 하며 종이에 점을 찍었다. 이야기꾼이 가만히 생각하니, 자기는 한나절밖에 안 하였는데 아들은 하루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이야기꾼은 “아, 내가 졌다. 아주 졌어” 하고 두 손을 들었다. 이에 아들은 “그러면 천 냥을 내셔야지요” 하며 손을 내밀었다. 이야기꾼은 “다 팔고 지금 천 냥밖에 없겠다” 하며 주머니를 뒤졌다.
그러자 아들은 “그러면 그냥 백 냥만 주세요. 밤낮없이 같은 소리였지만, 그래도 우리 아버지가 아저씨 집이 와서 열 번 오면 열 번마다 다 이야기를 들었는데 내가 한 자리에 앉아 더 받을 수는 없지요. 그러니까 우리 아버지가 갖다 준 그 돈은 내놔요” 하였다. 이렇게 하여 아들은 아버지의 돈 백 냥을 다시 찾아왔다고 한다.
[모티프 분석]
「가장 긴 이야기」의 주요 모티프는 ‘속임수로 돈을 벌은 이야기꾼’과 ‘이야기 내기로 돈을 되찾은 아들’이다. 아주 옛날, 이야기가 귀한 시절에 돈을 내고 아주 긴 이야기를 들으러 간 아버지가 속임수로 돈을 잃어버리자 아들이 더 긴 이야기를 꾸며 내어 잃었던 아버지의 돈을 되찾았다는 이야기로, 언어 희롱적 요소가 강한 민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