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6B030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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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 청도리 동곡마을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진 희 |
[사람들이 먹고 몸이 낫기를 바라며 짓는 부추 농사]
신앙은 그것을 믿는 사람들의 행동에 스며들어 구석구석 영향을 미친다. 때로는 행동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정신을 붙들기도 한다. 동곡마을 전 이장이자 3대째 증산 신앙을 믿고 있는 김재열 씨와 아내 김영애 씨 부부의 밭에는 향긋한 부추가 가득 심어져 있다.
김재열 씨가 간과 신장에 좋아 ‘간의 채소’라고도 불리는 부추를 재배하게 된 것은 어려서부터 믿었던 증산 신앙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일찍이 상제님이 단방약으로 사람을 나서 주고 그랬잖어. 그래서 나도 다만 얼마라도 사람들이 먹고 몸이 낫고 거짓 없이 살아가면 좋지 않겠는가 싶어서 순전 농약 않는 걸 해. 또 타산도 맞기도 허고.”
부부는 매일 새벽 전주 남부시장에 부추를 직접 내다판다. 몇 년째 하다 보니 지금은 다른집보다 색이 짙고, 또 무엇보다 노지 부추라 맛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서 마을까지 찾아와 직접 사 가는 손님도 생겼다. 전주 효자동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단골손님은 여기 부추를 넣지 않으면 김밥이 제 맛이 안 나서 귀찮아도 와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곧잘 할 정도이다. 물론 그런 그에게도 도시로 나가려 애를 쓰던 젊은 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번번이 몸이 아파서 동곡마을로 되돌아와 청수를 올리며 정성의 부족했음을 상제께 뉘우치는 것으로 갈무리 짓곤 했다.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부부는 어김없이 금평저수지가 훤히 내다보이는 집 앞 소나무 아래에 신문지를 깔고 다음날 내다 팔 부추를 손질한다.
서비스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 판매량이 많아져서 이젠 제법 작심해서 해야 할 만큼의 일거리가 되어 버렸지만, 노랗게 쇤 것을 골라내고 두 움큼 분량을 위아래를 맞추어 가위질을 싹둑 한 뒤 단 매듭을 지으면 맘에 드는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자식 넷을 다 대학 보냈어]
날씨가 스산해지면 이들은 부추 농사를 끝내고 당귀, 엉겅퀴, 도라지, 방풍나물 등 약초를 재배하기 시작한다.
“넘들이 다 놀래지…… 기계도 못 들어가는 좁은 땅에서 지게질이랑 쇠시랑을 해서 오로지 부추랑 약초만으로 자식 넷을 대학까정 갈쳐 놨다고……. 내 얘길 하는 건 나도 말단에서부터 지금까정 살아왔으니깐 다른 사람들도 고단한 삶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꾸준히 인내하면 좋겠다 싶어서야.”
부부는 두 가지 물건을 보여 주었다. 하나는 김영애 씨가 신던 고무신인데 찢어진 부분이 하얀색 굵은 실로 지그재그로 꿰매 있었고, 또 다른 하나는 김재열 씨가 벌써 수십 년째 늘상 일할 때마다 써왔다는 새마을운동 시절 정부로부터 받은 모자였다.
사람들은 세상을 살면서 저마다의 멜로디를 연주하는 것 같다. 크고 작은 고난 앞에 흔들리지 않고 부추와 약초로 소박하게 살아가는 부부의 우직하고 깊은 울림이 그 어느 유명한 연주가의 심포니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정보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