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6017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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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腕章 |
영어의미역 | The Will to Power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전라북도 김제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윤애 |
[정의]
1981~1982년 전라북도 김제시 백산저수지를 배경으로 윤흥길이 쓴 장편소설.
[개설]
윤흥길은 1980년대에 『완장』을 통해 권력의 생태에 대한 비판의식을 풍자와 해학의 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중세의 탈춤과 판소리 사설시조, 타령 그리고 소설 등이 간직했던 강한 사회성과 리얼리티를 요구하게 된 현대의 풍자소설에서 진실에 입각한 허위의 고발자 구실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완장은 김유정, 현진건, 채만식에 이어서 윤흥길까지 농반진반의 정신이 살아 있는 작품이다. 완장이라는 상징적 소재를 통해서 부조리한 한 사람의 행적과 몰락을 그리고 있는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소설이다.
[구성]
소설은 땅 투기로 성공한 최 사장이 널금저수지 관리를 동네 한량 임종술에게 맡기는 것을 발단으로 하여 임종술이 변해가는 과정을 전개, 절정, 결말의 순으로 엮어놓았다. 종술은 감시원 완장을 두르면서 사람들에게 군림하기 시작하는데, 때마침 저수지에 찾아온 최사장 일행의 낚시를 방해하다가 감시원 직을 빼앗기게 된다. 이 소설의 절정은 저수지 감시원 자리를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저수지 감시원 행세를 하며 저수지를 지키다가 마침내 가뭄 해소책으로 저수지 물을 빼게 되는 사건으로 완장을 버리게 되는 부분이다.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 임종술은 사랑하는 여인 부월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
임종술은 동대문 시장에서 장사를 하기도 했고 포장마차를 하기도 했으며 양키 물건을 팔기도 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마침 고향 땅이 공업단지로 바뀔 때 땅을 팔아서 집장사로 돈을 벌고, 운수회사의 사장이 된 최 사장은 호남지구 ‘야산개발 사업’이 대대적으로 벌어질 때 널금방죽에 물을 가득 넣어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 사용권을 조카뻘인 최익삼을 통해 따내어 치어를 쏟아 붓고 ‘어로 금지’라고 하는 팻말을 꽂아버린다.
고향에 돌아와 한량 생활을 하던 임종술은 마을사람들과 같이 반발했다. 하지만 힘이 없는 이들에게 저수지가 유명한 낚시터가 되면 농외소득이 많아질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슬그머니 최 사장에게 저수지 사용권을 인정하는 쪽으로 기울게 된다. 임종술은 일도 없이 저수지에서 고기나 잡고 있는 한량 생활을 하면서 최익삼의 말을 듣지 않자, 그를 저수지 감시원으로 추천하게 된다. 임종술은 도둑으로 낚시질이나 하던 생활에서 47만 평이나 되는 널금저수지의 감시원이 되자 이때부터 완장을 차고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힘들게 살았던 자신의 삶 속에서 직·간접적으로 맺었던 완장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게 된다. 감시원 완장을 두른 종술은 완장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날부터 안하무인 마을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고 발버둥친다. 타지로 떠돌며 밑바닥 거친 일로 신물 나는 인생을 살아왔던 종술에게 완장이 금배지 이상으로 다가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종술의 그 ‘하빠리’ 권력은 야밤에 도둑 고기잡이를 하던 초등학교 동창 김준환 부자를 폭행하여 아들의 귀청을 터지게 만들기도 하는 등 마을의 독재자와 같은 모습으로까지 치닫는다.
하지만 아무리 종술이 행패를 부리고 막강 권력을 휘둘러도 아랑곳없는 사람이 있었다. 주점 작부 부월이에게만은 완장이 별 효험이 없는 것이었다. 부월이는 마침내 종술과 밤중에 도망을 치게 되는 여인으로 종술의 두 번째 사랑의 상대가 되는데, 그녀는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지만 단순하고 순박하게 종술을 끌어안는 여인이다. 완장을 두른 종술의 허황함은 저수지로 나들이 나와서 매운탕거리를 찾던 최 사장 일행에게 행패를 부리고 마침내 그 사건으로 관리인 자리를 박탈될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 일로 종술은 감시원 자리에서 해고당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저수지 ‘감독’하는 일에 여념이 없는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중 가뭄이 심해지자 가뭄 해소책으로 저수지의 물을 빼 전답에 쏟아 붓기로 결정한다. 물을 빼야 한다는 수리조합 직원과 경찰에게까지 행패를 부려보지만, 종술은 결국 경찰에 쫓기는 처지가 되고, 완장의 허황됨을 일깨워주는 부월이와 마을을 떠난다. 그리고 다음날 물이 빠지는 저수지 수면 위에 완장이 떠다닌다. 그 완장을 종술의 어머니인 운암댁이 조용히 지켜보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특징]
『완장』은 남도 방언을 빌어 걸쭉한 입담과 해학이 단연 돋보인다. 완장이라는 상징적 매체를 통해서 권력이 무엇이며,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심리적 반응과 효과를 요구해 왔는가를 반성하게 한다. 또 이런 완장에 집착하는 주인공의 어리석음을 통해서 한국적 권력의 의미와 그 폐해를 드러내준다. 작은 권력에 앞장서는 어리석은 사람들 뒤에 눈에 보이지 않는 진짜 권력을 휘두르는 권력자들의 횡포를 비판하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한국문학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주는 전통 패관문학의 해학적 요소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하고 있다.
[의의와 평가]
『완장』은 권력의 속성에 대해서 날카롭게 비판하고 부조리함에 대해서 풍자하고 있다. 완장이 상징하는 권력에 대한 비판과 과도한 권력에 대한 집착에 대해서 전통 패관문학의 해학적 요소를 가미하여 능수능란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 작품의 모티프는 우리 근대사에서 반드시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암울했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한국전쟁 이후 정치권력의 폭력성과 보통사람들의 암울한 삶을 해학적 필치로 그려내어 한국적 특질을 가장 잘 살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평론가 김병익은 『완장』을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처럼 현실의 분명한 알레고리를 가진 작품’이라고 평하면서,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던 정치 상황을 가늠하는 잣대’로 ‘제식훈련’을 차용했던 작가가 ‘한국인의 권력의식을 진단하는 도구’로 ‘완장’을 차용하고 싶었다. 또한 이 작품은 ‘권력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에게 어떤 심리적 반응과 효과를 요구해왔던가 하는 보다 심각하고 진지한 반성들을 이 하잘것없는 완장에 얽힌 숱한 사건들을 통해 제기하고’ 있으며, 한국 사회가 처해 있는 ‘권력의식의 상황을 가장 첨예하게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하였다.
평론가 황종연은 “윤흥길이 ‘사랑’이나 ‘살림’이라는 말로 표현한 유토피아의 원리는 대체로 휴머니즘의 계보에 속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자유가 있는 인간 사이의 화해나 제휴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에 대한 믿음은 한국문학이 지금까지 가장 줄기차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표출한 윤리적 감각임에 틀림없다.“고 평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