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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601757
영어음역 Arirang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유형 작품/문학 작품
지역 전라북도 김제시 죽산면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정주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성격 대하소설
작가 조정래
창작연도/발표연도 1990년~1995년연표보기

[정의]

1990~1995년 조정래가 전라북도 김제시 김제평야를 배경으로 쓴 대하 역사소설.

[개설]

작가 조정래는 1990년 12월 11일부터 『아리랑』을 『한국일보』에 연재하기 시작하여 1995년 8월 해방 50주년을 맞아 12권을 완간하였다. 1998년에는 『아리랑』 프랑스어판 제1부 3권이 4월 말에 아르마땅 출판사에서 출간되었고, 제1회 노신(魯迅)문학상을 수상하였다. 2000년에는 『아리랑』의 발원지인 전라북도 김제시에서 시민의 이름으로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 문학비’를 벽골제 광장에 세우고, 제1호 명예 시민증을 수여하였다. 2002년 5월에는 프랑스 아르마땅 출판사에서 『아리랑』 전 12권을 완역 출간하였다. 유럽 지역에서 한국의 대하소설이 완간된 것은 최초의 일이며, 그해 5월 16일 전라북도 김제시에서 건립한 ‘조정래 아리랑 문학관’ 개관식을 개최하였는데, 생존 작가의 문학관이 세워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구성]

『아리랑』은 4년 8개월의 집필 기간과 2만 장 분량으로 탈고된 12권의 대하소설이다. 『아리랑』은 전 4부로 제1부는 「아, 한반도」로 37장이고, 제2부는 「민족혼」으로 35장, 제3부는 「어둠의 산하」로 48장, 제4부는 「동트는 광야」이고 5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아, 한반도」는 동학군 궐기 직후에서 일제의 실질적인 한반도 지배가 시작된 한일병합으로부터 토지조사령이 발표되기까지를 시간적 배경으로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의병투쟁기로 볼 수 있다. 『아리랑』에서 역사적 사건은 배경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소재로 활용되기도 한다. 대부분 역사소설이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재현해내거나 재해석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데 비해, 이 소설에서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정도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여기에서는 일진회, 동학, 의병, 제1차 한일협약, 한일합방, 하와이 이민, 스티븐스 암살 등의 역사적 사건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중 어떤 것들은 대부분의 인물들과는 직접 관련 없이 단순하게 배경으로 서 있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아예 작중의 중심사건으로 설정되기도 하였다. 예컨대 제1부와 제2부에서는 비교적 역사적 사건에 살을 붙이고 피가 흐르게 하는 방법을 쓰고 있지만 제4부에서는 역사적 사건의 뼈대를 전달하는 데 힘쓰고 있다.

제2부 「민족혼」은 토지조사 사업의 완료와 3·1운동으로 인한 민족운동의 주체세력 변모와 신간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제2부에서는 몇 년에 걸친 전국 토지조사 실시, 역둔토 특별 처분령, 장인환 사건, 하와이에서의 대조선국민군단 창설, 3·1운동, 만주에서의 여러 단체들에 의한 독립투쟁, 공산주의 바람 등과 같은 역사적 사건들이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는 토지조사 실시와 같은 역사적 사건은 비록 비중은 크지 않지만 여러 작중 인물들에게 중심사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토지조사 실시와 3·1만세 사건이 전국적 규모의 사건이며 일본 제국주의의 침탈을 실감하게 하는 사건인 데 반해, 다른 역사적 사건들은 공간상으로도 제한되어 있고 그 영향도 크지 않다. 제2부에서 중심에 놓여 있는 역사적 사건은 역시 토지조사 실시이다. 작가는 이미 정치적 침략에 못지않게 경제적 침략에 의미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제3부 「어둠의 산하」는 만주사변과 이 지역에서의 조직적인 무장투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기서는 나라를 되찾으려는 움직임이 한풀 꺾이고 친일파가 발호함으로써 광복을 향한 길에 어둠이 짙게 드리워지지만 독립의 염원은 오히려 안으로 더욱 뜨겁게 타오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제4부 「동트는 광야」는 일제 말기의 극악한 탄압 아래서 독립운동의 주도세력은 누구였던가를 밝혀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사를 보면 일본은, 1933년에서 1936년까지 4차 토벌을 감행했고, 수천 명의 사회주의자를 체포하였으며 이때 조선혁명당군 사령관이 전사한다. 일본군의 조선독립군 대토벌작전은 제4부의 배경이 되고 있으며 여러 가지 주요 사건들을 연출해 내기도 한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 이외에 일장기 말소 사건, 선만척식회사 창립, 코민테른 7차 대회, 조선족 중앙아시아 이주령, 진주만 폭격, 정신대와 징용 강제 등의 역사적 사건을 확인할 수 있다.

[내용]

제1부는 동학군 궐기 직후에서 한일합방을 거쳐 토지조사령이 발표되기까지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제1부에서는 일제의 침략에 대해 각계각층의 반응을 세밀하게 보여줌으로써 소설 전체의 윤곽과 앞으로의 진행 방향을 예시하고 있다. 방영근은 빚 20원에 하와이로 팔려간다. 백종두는 권력을 취하기 위해 친일행위를 하고 장덕풍은 돈을 벌기 위해 잡화상을 차린다. 목포우체국 군산출장소장 하야가와는 소년 양치성에게 은혜를 베풀며 요시다는 이동만을 하수인으로 삼는다.

쓰지무라의 명령에 따라 백종두가 일진회 군산지부장이 된다. 송수익은 신학문을 가르치는 학교를 세운다. 감골댁 큰딸 보름이는 김참봉의 음흉한 손길을 피해 시집을 가고, 송수익과 신세호는 의병활동을 전개하는데 의병들이 승승장구하자 일본군이 의병 토벌을 꾀한다. 공허 스님도 의병에 뛰어든다. 하와이 사탕수수농장에서 조선여자를 데리고 오자는 운동이 펼쳐진다.

백남일은 헌병보조원으로 활동하고 장칠문은 은밀하게 의병 색출 작업을 벌인다. 신세호는 잡혀갔다 오고 나서 농사짓기로 한다. 정씨 집안에서는 재산싸움이 일어난다. 토지조사 때 자기 땅을 빼앗긴 마을사람들이 시위를 벌였다가 총살, 징역, 고문 등의 가혹한 보복을 당한다. 일본에 유학갔던 양치성이 귀국한다. 백남일이 수국을 범하자 심신이 망가진 수국은 자살을 시도한다. 구출된 수국이를 공허 스님이 계몽한다.

이처럼 제1부에서는 한일합방이 되면서 ‘새로운 시대’를 맞은 조선인들의 실로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본 제국주의는 무자비한 ‘힘’의 표상으로 한반도에 등장하였거니와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는 방법이 늘 그러한 것처럼 조선인들은 적응주의자, 방관자, 저항주의자 등으로 갈라진다. 재빠른 적응주의자들 중 백종두가 일본의 정치적 침략의 연락병 노릇을 한 것이라면 장덕풍은 경제적 침탈의 하수인 노릇을 한 셈이다.

제2부는 토지조사가 실시되기 시작한 1912년경부터 경신참변이 있었던 1920년까지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았다. 세상이 뿌리째 뒤집히는 일대 변란[토지 사업 조사]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서도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는 움직임이 여러 부문과 여러 지역에 걸쳐 나타난다.

토지조사가 실시되면서 조선인들은 친일 세력과 조선인 지주 지지 세력으로 갈라진다. 지주 총대의 일을 방해한 죄로 차서방은 총살당하고, 송수익은 만주로 가서 독립군을 이끈다. 신세호는 송수익과 사돈을 맺고 송수익을 계속 도와주기로 한다. 차서방 딸 옥녀는 색주가로 팔려간다. 장덕풍은 정미소를 연다. 한기팔은 토지조사를 방해한 죄로 쇠좆매를 맞는다. 비밀결사를 만들어 독립군 군자금 조달에 힘쓰던 공허는 홍씨와 통정한다. 보름이 시아버지 오 영감은 땅 빼앗으러 온 면서기를 죽이고 총살당한다. 송수익은 대종교도가 된다. 만주에서는 경작권 투쟁이 벌어진다.

백종두는 면장에서 해임되고 난 후 친일단체인 호남친화회 회장이 된다. 보름이는 미선소 쌀창고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려간다. 양치성은 송수익의 행방을 추적한다. 보름이는 장칠문에게 몸을 빼앗긴다. 방영근의 동생이며 감골댁의 아들인 방대근은 만주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한다. 송수익의 아들 송중원은 창가 보급에 힘쓰는 등 독립운동을 한다. 하시모토죽산면의 땅 반 넘어를 차지하는 대지주가 된다. 공허·송중원·이광민·득보 등은 3·1운동에 가담한다. 만주에서의 일본 토벌대의 살육이 자행되며 이때 감골댁은 죽고 만다.

제3부는 1920년경부터 조선의 ‘병참기지화’가 시작되던 1932~33년까지의 시기를 다루고 있다. 요시다는 불이농장(不二農場)을 경영하며 조선인 인부들을 착취한다. 송중원은 2년 옥살이를 하고 나온다. 만주에서 양치성과 동거하던 수국이는 양치성의 정체를 알고 칼로 찌르고 도망간다. 방대근은 만주에서 종횡무진 활약한다. 공허는 장칠문에게 붙잡혀가던 중 탈출한다. 부잣집 셋째아들 정도규는 사회주의자가 되어 소작 투쟁을 선동한다. 연해주 빨치산 이광민·윤철훈·윤선숙 등이 합류한다. 거대 지주 하시모토는 공산주의자 색출에 열을 올린다.

차옥녀는 오빠를 살려내기 위해 기생이 되었다가 일본 형사에게 몸을 바친다. 송수익의 아내는 갖은 고초를 겪고 아들은 체포되어 감옥살이한다. 정도규와 고서완은 체포되고 송중원은 폐병에 걸린다. 보름이 아들 오삼봉은 시위를 주도하다 체포된다. 송수익의 아들 송가원과 옥녀는 가까워진다. 금광에 손대던 이동만은 죽고 정씨 집안 큰아들 정재규는 몰락한다. 송수익은 관동군에게 잡히고 만다. 지주 하시모토와 정상규는 점점 더 횡포를 부린다. 손판석 아들 손일남은 일본인 재단사에게 시달리다가 가위로 찌르고 경찰에 붙들려간다.

이 소설에서 하위 항목이 가장 많은 제4부는 일본군에 의한 재만 조선독립군 대토벌이 시작된 1930년대 초에서 해방까지의 시기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송수익은 징역 15년을 받고 의사인 아들 송가원의 뒷바라지를 한다. 옥녀가 송가원을 찾아와 부부가 된다. 장칠문이 정미소 사장이 되고 장덕풍은 중풍 환자가 되었으며 백남일은 아편쟁이가 된다. 오삼봉이 주도하는 혈청단이 맹활약한다. 마침내 송수익은 옥사한다. 공허는 쫒기는 신세로 압록강을 건너다가 총에 맞아 죽고 만다. 한인 20만 명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다.

동북항일연군 소탕령이 발동되어 많은 조선 독립군이 전사한다. 오삼봉·필녀·수국은 전사한다. 송중원은 서울 잡지사를 그만두고 낙향한다. 보름이의 사위 필룡이는 징용 간다. 방대근·송가원·김원봉 등은 광복군에 가담한다. 차득보는 징용에 나갔다가 탈출하며 지삼출 아들 지만복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이 되고, 윤철훈은 생체실험자가 되며, 공허의 아들 전동걸은 조선의용군으로 끌려간다. 정도규·이현상은 학병 기피자를 지리산으로 모으는 작업을 한다. 8월 8일에 러시아가 선전포고를 하고 중국인들이 만주에 있는 조선사람들을 죽이겠다고 몰려온다.

『아리랑』은 이렇게 김제를 중심으로 동학혁명기, 일제강점기, 해방의 시대를 살다 간 사람들이 이 불운한 시대를 어떻게 겪어냈는지에 대한 삶의 기록이다. 제1부에서 우선 작가는 적극적이며 이기적인 순응주의자인 친일파를 형상화하는 데 힘을 썼다. 백종두와 백남일 부자, 장덕풍과 장칠문 부자, 양치성, 이동만, 서무룡, 나기조 등과 같이 친일분자들을 다수 등장시키고 그들의 행위를 자세히 묘사하였다.

우리 민족의 입장에서 보면 『아리랑』은 악인들이 이끌고 가는 소설이 된다. 물론 송수익·신세호·공허·방대근·정도규·지삼출·천수동 등과 같은 항일인사들이 더 많이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바로 이들의 활동을 음각시키려는 의미에서 제1부에서는 살인·강간·음모 등의 악행을 서슴지 않는 일본 세력과 친일파의 행동상을 묘사하는 데 역점을 둔 것이다.

제2부는 토지조사와 그로 인한 조선 농민들의 몰락상을 그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 토지조사령의 진상을 파헤치면서 경제적 침탈을 역설한 것은 지금까지 일제를 다룬 역사소설과 가장 두드러지게 차이나는 점이라고 하겠다. 어떤 면에서는 정치적 침략보다 경제적 침략이 더 무서운 것일 수 있다. 토지조사령이 조선사람들에게 가져온 피해상을 강조하는 것은 일본 제국주의의 죄악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것인 동시에 그 과거의 죄악을 잊고 사는 오늘의 한국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효과가 있다.

제3부에서는 일본인 지주와 친일파들이 점점 힘이 강성해지는 가운데 온갖 횡포를 일삼는 모습을 볼 수도 있고, 독립운동하는 존재들이 개인적으로는 말할 수 없이 불행한 처지에 빠지고 마는 장면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는 작가가 인간을 파악하고 그릴 때 여러 요소에 주목했다는 증거가 된다.

제4부는 일본의 패망을 전제로 하면서도 송수익·공허·오삼봉·방영근·송기원·필녀·수국이·옥녀 등을 비롯한 대승적이며 투쟁적 인물들이 놓여 있는 상황이나 그 운명의 결말을 밝은 쪽으로만 그려놓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존재들을 죽는 것으로 그려놓아 비극적 색채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고문받다 죽는다든가 생체실험자가 된다든가 의용군으로 나아가게 된다든가 하는 식으로 극적인 장면을 제시하여 놓았다. 작가는 조국이 오랫동안 식민지 상태로 있다가 해방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점보다는 투쟁적 인물이건 범상한 인물이건 수십만 아니 수백만 명이 죽어갔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려 하였다. 이러한 작가적 태도는 이제는 일본을 가슴으로 접근하는 것보다는 머리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특징]

『아리랑』은 대하 역사소설로, 사실로서의 식민통치사와 일관된 사관에 바탕을 둔 상상력으로 빚어낸 허구적 사건들을 잘 배합해 놓았다. 역사와 소설 어느 것에 더 무게를 주었느냐 하는 면에서는 제1부에서 4부까지가 동일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제2부에서는 비사를 뒤적거리는 가운데 역사를 소설로 처리한 것이 적지 않게 보이는가 하면, 아무래도 제4부는 역사기록 쪽으로 무게가 옮겨간 느낌이 있다. 작가는 처음부터 어떤 양태로든 모든 인물들을 역사적 사건과 직접 연결시키는 방법을 써왔는데, 제4부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모든 인물들에게 특정한 역사적 사건의 가담자나 피해자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

역사소설의 구체적인 형태는 소설을 쓸 때 주로 무엇에 의존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이른바 사료나 그 범위 안에 들어가는 기록에 의존하느냐, 대체로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하느냐 아니면 역사적 자료와 작가의 상상력을 적당히 배합하느냐에 따라 역사소설은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 물론 역사소설도 엄연히 소설인 이상에는 작가의 상상력이 그것이 근거가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기본으로 깔릴 수밖에 없다.

『아리랑』을 송수익·감골댁·공허·장칠문·하시모토 등과 같은 허구적 인물들이 견인하고 있는 이야기라는 점을 근본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한, 『아리랑』은 결국 작가의 폭 넓으면서도 깊이 있는 상상력이 낳은 결과라고 하겠다. 『아리랑』은 역사적 사건들을 그 자체로 재조명해 보겠다는 의욕이 없었더라면 일개 이야기로 낙착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소설에서는 신돌석·신채호·이회영·장인환·나철·홍범도·이승만·김병로 등과 같은 실존 인물들을 요소요소에 배치하여 때로는 작중 인물들과 관계를 맺게 함으로써 허구적 인물들의 격을 높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생함도 더해 준다.

『아리랑』은 대하소설인 만큼 기본적으로 ‘만인보’ 작성과 같은 방법을 쓰고 있다. 송수익·공허·정도규·수국이 같은 인물들이 주체가 된 사건들이 『아리랑』의 뼈대를 이룬 것이라면, 이들 무명의 존재들이 주체가 된 사건들은 살과 피를 이룬다. 그런가 하면 『아리랑』은 구한말에서 해방까지의 50여 년의 기간을 시간적 배경으로 취하고 있는 만큼 한 인물과 그 자식세대의 모습과 행동을 그릴 수밖에 없는 면을 보여준다. 최소 두 세대만 이어져도 가족사가 이루어진다.

실제로 『아리랑』에서는 송수익이나 감골댁, 정도규 등과 같은 주요 인물들에 대해서는 가족사 소설로서의 골격을 덮어씌우고 있다. 이 소설에서의 수난과 민족사는 감골댁 집안, 송수익과 그 아들들, 정도규 형제 등이 이루어내는 가족사에 응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아리랑』은 이들 몇몇 가족사를 통해서 우리 민족의 수난사를 가늠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의의와 평가]

『아리랑』은 흔히 말하는 역사소설의 유형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아리랑』에는 과거 역사로부터 이념이나 정신을 빌려 현재나 미래를 위해 활용하고자 하는 이념형 역사소설의 요소도 있다. 『아리랑』에는 일제 식민통치의 역사를 탄압의 힘에 못지않은 반작용으로서의 저항의 역사로 보는 관점과 우리 민족의 끈질긴 투쟁정신을 재조명하려는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 작가는 저항의 정신과 민족주의 이념을 고취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 『아리랑』은 민족주의의 새 교과서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아리랑』에는 역사의 사실이나 진상을 일러주는 사실 제공형 역사소설의 요소도 있다. 『아리랑』을 통해서 그 동안 역사 교과서를 통해 미진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거나 다른 역사소설을 통해서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을 바로 알게 되고, 일제의 헌병경찰 정치가 그렇듯 엄청나게 많은 조선인들을 희생의 제물로 삼았던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토지조사 실시가 얼마나 많은 조선 지주들과 농민들을 파탄으로 몰아갔는지 실감할 수 있고, 재만 조선독립군 대토벌 작전이 어마어마한 살인행위였음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런가 하면 『아리랑』에는 공적인 역사를 단순히 배경으로 놓고 그 배경 아래서 개인적인 삶의 모습을 충분히 잘 보여주는 인물과 사건들을 설정한 작가의 소설시학이 숨어 있기도 하다. 한마디로 『아리랑』은 역사소설의 여러 유형을 종합해 놓은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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