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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601746
한자 俗談
영어의미역 Proverb
이칭/별칭 이언,속언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언어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전라북도 김제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영자

[정의]

전라북도 김제 지역에서 사용되는 삶의 지혜를 드러내는 짧은 문장의 격언.

[개설]

속담은 민간에 전해져 오는 말로서 풍자·비판·교훈 등을 간직한 짧은 구절이다. 이를 이언(俚諺)·속언(俗諺) 등으로도 일컫는다. 서민 생활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지만 고전이나 고사에서 나와 세상에 유포된 것도 많다. 어조가 좋고 간결하며, 표현이 정확하다.

속담은 그 기능에 따라서 비판적·교훈적·경험적·유희적 속담으로 나눌 수 있다. 비판적 속담은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와 같이 상대편의 아픈 데를 찔러 기선을 제압하는 데 쓴다. 교훈적 속담은 격언이나 금언과 비슷한데, 중국의 고전이나 불교의 경전에서 온 ‘의식이 족해야 예절을 안다.’가 그 예이다. 경험적 속담은 오랜 경험 끝에 체득한 지식을 알기 쉬운 말로 정리한 것이 대부분인데, ‘등잔 밑이 어둡다.’가 그 예에 속한다. 이 밖에도 ‘비온 뒤 땅 굳는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 등 수없이 많다. 김제 지역은 농사가 삶의 중심이 되었기에 농사와 연관된 속담이 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된다.

[김제와 속담이야기]

지평선이 만나는 넓은 들녘을 끼고 있는 김제는 비옥한 농토에서 나오는 풍요로운 농작물로 오곡백과가 넘치는 곳이다. 들녘을 휘감는 만경강의 물과 집 뒤를 둘러친 산세는 김제 사람의 심성까지 편안하게 만든다. 가을이면 추수가 끝난 들녘에서 풍년가를 부르며 고즈넉한 겨울을 준비하기까지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김제는 바쁘게 움직였다. 해가 채 뜨기 전에 들녘에 나가 곡식들이 밤새 잘 자랐는지 살피고, 청명한 하늘에 감사하였다. 뜨거운 낮에는 제 땀으로 범벅이 될지라도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를 보며 기뻐하였고, 땡글땡글 살쪄 가는 벼이삭들을 보며 제 몸 상하는 것을 잊었다.

씨앗을 심어 놓고 비가 오길 기원하며, 생활 속에서 비를 재촉하였다. ‘어린아이 투레질 잦으면 비가 온다.’는 속담이 있다. 비가 오지 않을 때면 아이에게 “너 어찌 투레질 안하느냐 투레질로 비 좀 불러봐라.”며 애절히 말하였고,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는 투레질 하는 아이의 입을 틀어막고 “이제 그만 투레질 하그라. 벼이삭 다 잠길라.”며 애타는 속을 달래곤 하였다. 과학을 기초로 한 것도 아닐 진데 생활에서 체득된 우리 선조들의 날카로운 과학적 관찰력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아무리 풍요로운 고장에 살았다 하더라도 식량이 떨어지는 힘든 시기는 있었다. 6월에 추수한 보리와 7월에 추수한 감자가 바닥을 보일 때쯤이면 집에 오는 손님이 반가울리 없다. 대략 8월 말에서 9월 초로 집집마다 박 넝쿨이 잘 자라 담벼락 위를 받치고 있을 때이다. 이 시기에는 남의 집 방문을 피하였고, 오는 손님도 환영받지 못하였다. 그래서 “박 넝쿨이 용마루를 넘으면 사촌 집에도 가지 말라.”는 말을 하였다. 어려운 시기에 나만 생각하지 말고 서로 돌아보며 힘든 시기를 잘 넘겨 나락을 추수하는 추석에 만나 정담을 나눴던 것이다.

이러한 속담에는 선조들의 삶이 들어 있고, 슬기가 스며 있다. 그 지역에서 많이 사용되는 속담을 보면 그 지역민의 삶의 토대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가 있다. 바닷가 사람들은 민물과 썰물을 살폈고, 농경 사회 사람들은 햇볕과 바람, 비에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김제 지역은 농경이 주요 산업이었기에 날씨와 관련된 속담을 달고 살았다. 농사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와 햇볕이다. 하지만 아무리 중요한 것도 지나치면 해롭기 마련이다.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농작물이 물에 잠겨 썩어 버리고 비가 너무 적게 오면 말라 죽기 쉽다. 그러다 보니 농사꾼은 이래저래 날씨 걱정이 많다. 김제 지역은 농사지어 밥을 먹고 살았으니 두말 할 필요 없이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 지혜와 슬기를 농경문화를 배경으로 한 속담에서 찾아보자.

[농경문화 배경의 속담]

우리 민족의 역사는 농업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살아왔기 때문에 우리의 전통문화는 농업과 관련된 농경문화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전래되는 속담 중에도 농업과 관련된 속담이 매우 많다. 조상들이 농사와 관련지어 만물의 이치를 생각하는 지혜를 가짐으로써 생활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어 생겨난 것이 농사 속담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무궁화 꽃이 피면 서리가 일찍 온다.’와 같이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이러한 농사 속담을 통해 선인들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삶의 지혜와 참됨을 찾아볼 수 있다.

1. 뇌우 많은 해는 풍년

뇌우란 번개와 함께 쏟아지는 비를 말한다. 그런데 뇌우와 풍년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어서 이런 속담이 생긴 것일까? 농작물을 많이 거두려면 논밭에 비료를 뿌려서 부족한 양분을 보충한다. 식물에게 부족한 양분 가운데 하나가 질소이다. 식물들이 질소를 먹으려면 질소 원자를 떼어내어 질소 화합물로 바꾸어야 하는데 이 역할을 해주었던 것이 번개이다. 번개는 아주 강한 전기에너지로 번개가 치면 그 근처에 있던 질소 기체들이 쪼개져서 질소 원자들이 떨어져 나온다. 공기 속에 있는 질소 화합물은 빗물에 녹아서 흙으로 스며들고 식물은 그것을 양분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비와 함께 내리치는 번개는 풍년을 부르는 선물이 되는 셈이다.

2. 쇠똥 세 바가지가 쌀 세 가마

자연이 주는 거름으로 농사를 짓기에는 먹을 입이 너무 많았다. 농사 수확량을 늘리기 위한 수단은 생활 곳곳에서 보여 진다. 화학 비료가 없었기에 우리 선조들은 두엄을 만들어 유기질 비료로 사용하였다. 그래서 ‘쇠똥 세 바가지가 쌀 세 가마’라는 속담이 만들어졌다. 농사를 짓는 데 중요 수단이 되었던 소는 그 배설물조차도 농사에 더해졌다. 외양간에 볏짚과 보릿짚 풀을 베어 깔아 주고 소의 똥과 오줌을 섞은 두엄을 얻었는데 이 거름이 최고의 유기질 비료가 되었던 것이다. 거름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하는 속담이다.

3. 백로까지 핀 고추 꽃은 효도 한다

고추는 다년생 생물이기 때문에 온도가 높으면 계속 붉은 고추의 수확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분명한 곳에서는 고추가 잘 자라는 여름철에만 재배를 한다. 절기상으로 백로는 9월 초순을 말하는데 고추는 꽃이 핀 후 45일이 지나야 붉은 고추를 수확할 수 있다. 서리가 내리는 10월 하순경 전에 핀 고추 꽃은 붉은 고추로 수확이 가능하여 농가 소득에 보탬이 된다. 고추 수확이 끝나는 이 때 핀 고추 꽃이 바로 농부의 웃음꽃이다.

4. 추석에 비가 오면 흉년 든다

음력 8월 15일인 추석은 보통 양력으로 9월 하순경에 해당된다. 이때는 벼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작물이 결실을 맺어 수확을 하는 시기이므로 비가 필요 없다. 따라서 한 해 농사를 잘 짓고 수확기를 맞은 시기에 비가 오면 잘 기른 농작물의 수확이 늦어지고 벼가 쓰러져 수량과 품질이 떨어진다. 곡식을 말리는 데도 지장을 초래하여 농가에 피해를 주게 되는데, 이때의 상황을 담은 것이 바로 이 속담이다. 이를 미루어 보아 선인들은 자신들의 경험에서 터득한 철학을 속담이란 이름으로 생활 속에 살아 숨 쉬는 언어로 보존하고 전수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5. 들깨 꽃 피면 큰 바람 없다

들깨 꽃은 8월 말에서 9월 초순에 핀다. 9월 초순 이후에는 태풍 등 큰 바람이 불지 않고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보인다. 그에 따라 농민들은 이제 농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는 매년 반복되는 농사와 기상과의 관계를 잘 살펴 만들어진 속담이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날씨는 농작물의 수확량을 결정짓는 중요한 것이었기에 하늘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에는 가뭄이나 홍수가 자연 재해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날씨와 관련된 속담을 보면 놀랍게도 과학적 분석하고도 잘 맞아 떨어진다. 날씨가 하늘의 조화라고 생각한 선조들은 하늘의 선물을 기다리며 순응하는 삶을 살았을 진데 아무래도 먹고 사는 중요한 문제가 달려 있다 보니 오랜 세월 쌓아온 생활의 지혜가 깊고 넓어져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속담의 가치]

옛날 사람들은 하늘에 사는 신이 조화를 부려서 비가 내린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가뭄이 들면 비를 내려 달라고 기우제를 지내고, 장마가 이어지면 비를 그치게 해달라고 기청제를 지냈다. 현재는 날씨와 관련된 속담의 상황도 많이 변화되었다. 최근 지구 온난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9월 이후에도 우리나라에 태풍이 올라오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들깨 꽃 피면 큰 바람 없다’와 같은 속담은 이제 수정해야 할 상황이다.

물론 시대가 변함에 따라 속담의 가치도 변하지만, 그렇다고 속담의 가치를 무시해 버릴 일은 아니다. 조상들의 지혜를 되살려 오늘날의 상황에 맞게 고쳐 보고, 나아가 우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속담을 만들어 보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환경을 보호하고 지구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닫게 되었듯이, 우리는 속담이 우리에게 지혜와 교훈을 얻게 하여 슬기롭게 살아가도록 이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옛것을 익히고 나아가서 새것을 안다는 뜻으로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이 있다. 옛것이라고 무조건 버려서는 안 된다. 바로 위에서 살펴보았던 속담도 예전의 농업 사회에서 현대의 산업 사회로 변화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 의미가 무색해지는 상황이 왔다. 그렇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 것을 찾고 그 토양 위에 현대적 가치관의 집을 짓는 것과 더불어 우리의 정신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 하겠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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