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6017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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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千兩妓生- |
영어의미역 | One Thousand Nyang-gisaeng and Farmhand's Wits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전라북도 김제시 |
집필자 | 이정주 |
[정의]
전라북도 김제시에서 천냥기생과 꾀보머슴에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설화는 신화·전설·민담으로 나누는 것이 세계적인 통례로 되어 있다. 이 셋 사이에 확연한 선을 긋는 것은 곤란하며, 서로 넘나드는 경우도 있고 하나가 다른 것으로 전환되기도 하지만 몇 가지 점에서 차이를 정리할 수 있다.
신화·전설·민담을 구별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내용상의 구분인데, 신화가 신성성(神聖性)을 상실하면 전설이 되고, 전설이 진실성을 잃고 흥미 본위로 전개되면 민담이 된다. 이렇게 구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천냥기생과 꾀보머슴」은 단순하게 아내를 얻고, 그 과정에서 웃음을 주는 흥미 본위의 이야기이므로 설화 가운데에서 민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민담의 전승은 같은 것의 되풀이가 아니라 반드시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일정한 형식과 기본적인 구조는 지키더라도 구체적인 내용이나 수사(修辭)는 화자에 따라 다르고, 같은 화자의 이야기라 하더라도 이야기할 때마다 다르다. 따라서 서로 완전히 같은 두 개의 각 편은 있을 수 없다. 이 점은 모든 구비문학이나 설화 전반의 공통된 현상이지만, 민담에서는 변화의 폭이 특히 넓기에 문제가 된다.
민요는 부르다가 막히면 더 계속하지 못하는 법이나, 민담은 구조를 알고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막혀도 적당히 얼버무려 끝낼 수 있다. 신화의 신성성이나 전설의 증거물은 변화를 제한하는 구실을 하나 민담에는 그런 요인이 없고, 특히 흥미로워야 한다는 요청이 있어 변화를 오히려 자극한다.
[채록/수집상황]
1994년 전라북도 김제시 주민 이정기[남, 87세]가 구연한 것을 채록하여 1995년 김제시사편찬위원회에서 출간한 『김제시사』와 1997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출간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수록하였다.
[내용]
어렸을 때부터 서울 모주집에서 일을 해 주는 머슴이 있었다. 머슴은 모주집에서 10여 년을 일해 어느 덧 25살이 되었다. 그 무렵 옥화라는 기생이 있었는데, 그 기생이 어느 날 방을 내걸었다. 술값이 천 냥인데 자기를 웃기면 그 남자와 살고, 웃기지 못하면 돈 천 냥이 없어진다는 내용이었다.
기생의 방을 보고 서울의 한량들이 기생집에서 술을 먹고 웃겨 보려고 하였지만 모두 실패하였다. 머슴은 친구의 권유로 그동안 머슴 살았던 주막 주인에게서 새경으로 천 냥을 받아 기생집에 갔다. 머슴에게는 친구가 둘 있었는데 한 친구에게는 하인이 되어 줄 것을 부탁하고, 나머지 한 친구는 마방에서 일을 하므로 좋은 백말을 빌려 달라고 부탁하였다. 머슴은 갓과 망건을 사서 기생방에 갈 준비를 해 두었는데, 여기에 들어간 비용이 모두 삼백 냥이었다.
비가 오는 어느 날, 머슴은 친구 둘과 함께 대갓집 아들처럼 꾸미고 말을 타고 기생집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 척 서 있었다. 이 모습을 본 기생집 심부름하는 여자아이가 기생에게 알리자, 기생 옥화는 대갓집 선비로 변신한 머슴을 청하여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다.
머슴은 술을 마시다가 비가 그치자 옥화에게 돈 백 냥을 술값으로 주었다. 옥화는 받지 않으려고 하였지만 머슴은 억지로 주고 나왔다. 머슴은 옥화에게 자신의 부친이 노환이 나서 어느 때 죽을지 모른다고 걱정하면서, 이 길을 자주 지나간다는 말을 하고는 이름도 성도 밝히지 않고 어디 산다는 말도 않고 기생집을 나왔다.
며칠 뒤 머슴이 다시 친구들과 기생집에 가니 옥화는 인물도 잘생기고 돈 잘 쓰는 대감 아들이 왔다며 환대하였다. 그날도 머슴은 술을 몇 시간 먹고, 오백 냥을 술값으로 치르고 자신의 아버지 병을 핑계로 대고 가면서 며칠 후에 다시 올 것을 약속하였다.
약속대로 머슴은 며칠 후 기생집을 다시 방문하여 하인으로 변장한 친구들에게 자신의 아버지인 대감의 병이 심하면 통지하라고 이르고는 술을 취하게 먹었다. 술에 취하자 옥화도 인물도 잘생기고 신분도 좋고 돈도 많은 머슴이 마음에 들어서 같이 잠을 자려 하였다.
둘이서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 순간 하인들이 와서 대감이 죽었다는 기별을 하였다. 그러자 머슴은 옥화의 배 위에서 상투를 풀고 상투꼴을 벗겨 내리면서 “어이 어이” 곡을 시작하였고, 기생은 그것을 쳐다보고 웃었다. 이를 밖에서 머슴 친구들이 듣고는 “암컷이 웃었다”라고 하였는데, 이는 모두 머슴이 수를 부려서 된 것이었다. 그리하여 머슴은 기생 옥화를 아내로 맞이하게 되었다.
[모티프 분석]
「천냥기생과 꾀보머슴」의 주요 모티프는 ‘기지로 얻은 아내’와 ‘신부를 상으로 한 구혼자들의 경쟁’이다. 설화에서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 가운데 하나는 공주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다. 공주로 하여금 말을 하게끔 하는 사람은 공주와 결혼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설화가 있는데, 이때 주인공은 현명한 질문을 통해서 공주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하게 만든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는 공주에 관한 설화보다는 웃지 않는 공주에 관한 설화가 더 널리 알려져 있다. 공주를 웃게 만듦으로써 주인공은 공주와 결혼하게 될 뿐 아니라 부(富)를 차지하고 왕국을 소유하게 된다. 비록 그 중심 사건은 다르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건과 관련된 두 설화는 여러 면에서 공통된 부분을 가지고 있고, 때론 혼동되기도 한다. 여기에 신부를 상으로 한 구혼자들의 이야기인 경쟁 모티프가 더해져 있고, 웃음을 주는 소화(笑話)의 모티프가 합해져 있다.
「천냥기생과 꾀보머슴」에서는 공주가 아내로 바뀌었고, 구혼자를 사이에 두고 경쟁을 벌이는 이야기도 거의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아내가 구혼을 받아들여 결혼을 해도 신분이 상승하지는 못하는데, 아마도 초점이 웃음에 맞춰져 있기 때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