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8001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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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扶安-生態 |
영어공식명칭 | Buan's Mudflat Ecology |
분야 | 지리/동식물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전라북도 부안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허철희 |
[정의]
새만금 사업 으로 잃어버린 갯벌의 기억, 전라북도 부안군의 갯벌과 그 갯벌에 서식하는 해양 생물들의 생태.
[개설]
동고서저의 한반도 지형, 대부분의 강들은 육지에서 배출한 유기물을 거두어 서남해로 흘러들어 드넓은 갯벌에 풀어 놓는다. 갯벌에 사는 무수한 생명들이 유기물을 쉴 새 없이 먹어치우며 제 몸집을 불린다. 사람들은 이를 잡아 올려 식량으로 삼고 다시 유기물을 배출한다. 이처럼 갯벌은 육상 생태계와 해양 생태계의 중간 매개 역할을 담당하며 결국은 사람과 자연과의 순환 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중요한 지대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반도를 이루고 있는 전라북도 부안은 갯살림이 넉넉하여 예부터 ‘생거부안(生巨扶安)’이라 불리어 왔다. 남쪽의 전라북도 부안군 줄포에서 북쪽의 변산면 대항리 서두터까지 해안선 길이가 66㎞에 이르며, 이 해안선을 따라 대항리 갯벌, 하섬 갯벌, 채석강(採石江)·적벽강(赤壁江) 일원의 암반 조간대(潮間帶), 궁항 갯벌, 두포 갯벌, 모항 갯벌, 관선불 갯벌, 구진 갯벌, 줄포만 갯벌[고창·부안갯벌]이 펼쳐져 있다.
이러한 자연환경 때문에 전라북도 부안은 우리나라 전 해안에서 볼 수 있는 갯벌 생물들을 거의 다 볼 수 있는 종 다양성의 보고로 「2018 변산반도 국립 공원 자연 자원 조사」에 따르면 해양 어류 24종, 절지동물 94종, 연체동물 86종, 환형동물 89종, 해조류 79종, 해양 식물 플랑크톤 62종. 해양 동물 플랑크톤 21종 등 455종의 해양 생물이 확인되었다.
[새만금 갯벌의 기억]
전라북도 부안은 본래 남쪽 줄포에서 북쪽 동진까지 해안선 길이가 99㎞에 이르렀다. 그러나 2006년 4월 21일 ‘새만금 끝막이 공사’가 완료되면서 동진강(東津江) 하구에서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 서두터까지 해안선 1/3을 잃었다. 해안선을 잃었다는 것은 곧 갯벌을 잃었다는 것으로 동진강 하구 갯벌인 문포 갯벌, 계화도 갯벌, 돈지 갯벌, 월포·장신포 갯벌, 해창 갯벌을 잃은 것이다.
전라북도 갯벌은 우리나라 전체 갯벌의 5%만을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금강(錦江), 만경강(萬頃江), 동진강 등 큰 강의 하구에 갯벌이 잘 발달해 있었다. 1991년 새만금 간척 사업이 시작되면서 새만금 방조제 내해 지역인 전라북도 부안, 김제, 군산의 갯벌을 통틀어 ‘새만금 갯벌’이라 불렀는데 이는 전라북도 갯벌의 65%를 차지하며, 부안의 경우 문포, 계화도, 돈지, 불등, 장신포, 월포, 해창 갯벌이 이에 해당된다.
새만금 갯벌은 환경의 특성이 뚜렷한 전형적인 하구 생태계로서 지역마다 색다른 생물들이 서식하여 조개류, 철새류, 해변 식물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자연을 조성했던 곳이다. 오와 고[1991]의 조사 보고에 의하면 새만금 갯벌에는 총 2목, 2아목, 14과, 57속, 371종의 저서(底棲) 규조류(硅藻類)가 서식하고 있었던 생물 자원의 보고이자 수많은 철새들의 도래지였다. 특히 백합(白蛤)은 이 지역의 가장 유명한 수산물이었으며, 이런 종들은 독특한 환경 특성을 가진 하구 갯벌에서 주로 생산된다. 그러나 새만금 간척 사업으로 인해 전라북도는 이 황금 갯벌을 잃고 말았다.
1. 문포 갯벌
문포[전라북도 부안군 동진면 안성리]는 예부터 동진강 하구의 큰 포구였다. 동진강을 사이에 두고 전라북도 김제 만경과 문물 교류가 형성되면서 포구는 성시를 이루었다. 1910년대까지만 해도 쌀 200석~300석을 실은 각종 선박 수십 척이 빈번하게 드나드는 동진강 하구 일대의 쌀 집결지였다.
그러나 1960년대에 시작된 계화도 간척 사업으로 문포의 모습이 크게 달라지게 되었다. 계화도 앞과 뒤를 휘돌아 동진강을 거스르던 물길이 직선화된 계화-문포 방조제를 따라 동진강을 거슬러 올라가게 되었다. 물길이 달라지자 개흙[뻘]이 차오르며 문포 포구의 모습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그래도 그 당시만 해도 문포 포구에는 크고 작은 배 40척~50척이 대하, 중하, 각종 젓거리, 소라, 개우렁, 노랑조개 등을 잡아 올렸고, 2005년 무렵까지도 마을에는 노랑조개를 가공하는 작업장이 있었다. 또 그 때까지만 해도 해마다 2월~5월에는 저인망 어선을 끌고 다니며 실뱀장어를 잡아 올려 고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2006년 새만금 끝막이로 인해 그 좋던 하구역 갯벌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문포는 포구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2. 계화도 갯벌
계화도는 이름 그대로 원래 섬이었으나 1963년에 시작된 계화도 간척 사업으로 육지와 연결되었다. 동진강·만경강 두 강에 닿아 있는 계화도는 썰물 때면 끝 간 데 없는 드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었는데, 이처럼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수역을 ‘기수역(汽水域)’이라 한다. 이곳에서는 생물의 서식 환경이 위치에 따라 급격하게 달라진다. 따라서 하구 갯벌은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어족 자원의 보고인 것이다.
계화도를 대표하는 생물은 백합이었다. 백합은 육상 기원 퇴적물이 유입되는 하구역의 모래펄 갯벌을 선호하는 꽤 까다로운 생태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동진강·만경강 두 강의 기수역인 전라북도 부안의 계화도 갯벌과 김제의 거전 갯벌은 최적의 백합 서식지였던 것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계화도에서 하루 출하하는 백합의 양은 15톤이 넘었다. 아낙네들도 한나절 나가면 그 당시 금으로 7만 원~10만 원 벌이를 했을 정도로 백합은 흔했고, 갯벌은 그들에게 해고당할 걱정 없는 평생직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좋던 갯벌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그 어디에서도 갯벌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3. 돈지 갯벌
돈지[전라북도 부안군 계화면 의복리]는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꽤나 활기 넘쳤던 항이었다. 그 무렵 돈지항은 상고선만도 10여 척이 드나들었고, 여러 거상들도 머물렀다. 돈지 노인들은 “선착장에 늘어선 걸대마다 조기가 가득 가득 걸렸고, 그것도 모자라 장불에도 널어 말렸는데 장관이었지...”하며 그때를 회상한다. 그러나 계화도 간척 사업이 마무리 되자 돈지는 어정쩡한 마을로 변했다. 뭣보다도 돈지 앞바다에 형성된 황금 어장을 잃었을 뿐 아니라 중선배가 드나들던 항구로서의 기능도 잃었다. 항은 방조제[수문] 밖으로 옮겨져 겨우 포구로서의 기능만을 유지했다.
그래도 돈지 사람들의 삶을 지탱시켜 준 것은 ‘백합’과 ‘실뱀장어’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돈지 갯벌에는 백합을 비롯하여 수많은 패류가 묻혀 있어 갯벌에 나가기만 하면 잘 하는 사람은 10만 원 넘게, 보통 7만 원 벌이는 하였다. 그리고 봄철에 먼 바다로부터 회유해 오는 실뱀장어는 조기 떼 사라져 시름겨운 돈지 어민들에게 한밑천 톡톡히 안겨 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1980년 들어 돈지 앞 갯벌에서 시작된 김 양식도 살림을 보탰다. 한창일 때는 돈지에만도 김 가공 공장이 7곳에나 있었다.
새만금 사업 이 시작될 무렵인 1991년 자료에 따르면 돈지 6개 마을에는 385세대 1,621명이 살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궁벽한 어촌이 아니라 대처(大處)였다. 그러나 새만금 간척 사업으로 돈지 갯벌도 점점 황폐화되어 갔다. 갯벌 생산물이 줄자 어촌 공동체는 급속한 속도로 해체되었다.
4. 월포·장신포 갯벌
월포·장신포[전라북도 부안군 하서면] 앞바다에는 사람 한 길 정도 높이의 삿갓 모양의 바위[여(礖)]가 솟아 있었다. 만조 때가 되면 넘실넘실 바위가 금방이라도 물에 잠길 것만 같은데 잠기지 않고, 바닷물이 들고남에 따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한다 하여 ‘는들 바위’라고 한다. 는들 바위는 주변 마을 사람들의 놀이터이자 생활의 한 부분이기도 했다. 바지락, 굴 등의 패류 채취 작업도 주로 는들 바위 주변에서 이루어졌고, 허리 등, 몸이 아플 때는 햇볕에 달구어진 바위에 드러누워 찜질을 하면 잘 나았다고 한다. 전라북도 부안군 하서면 월포와 장신포 사이에서는 는들 바위가 바라다 보이고, 앞쪽으로 변산에서 달려 온 물줄기 ‘똘개목’이 흐른다. 가는 물줄기이지만 똘개목 물이 닿는 지대의 갯벌은 건강하게 발달되어 있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갯벌에 메어 놓은 어살에 조기가 가득 가득 들었다. 조개류는 멀리 나가지 않고 는들 바위 뒤에 나있는 갯골 부근에만 가도 다 옮겨올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을 채취할 수 있었다. 1980년대 들어서는 김 양식으로 소득을 올렸으나 이도 잠깐, 김 양식은 새만금 간척 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 퇴조하기 시작했다.
5. 해창 갯벌
전라북도 부안군 하서면의 해창은 비록 작은 포구이지만 칠산 바다의 한 자락인 황금 어장을 끼고 있어 이곳에서 조업하는 고깃배들이 해창에 집결해 한때 번성했다. 1991년 발행한 『부안 향리지』에 의하면 그 옹색한 공간에 해양경찰서, 이발소, 정육점, 어판장, 대포집, 선구점 등을 비롯하여 23가구 92명의 주민이 옹기종기 모여 마을을 이루었다.
또, 해창 앞에 펼쳐진 갯벌은 변산의 맑은 물이 유입되는 기수역이다보니 갯벌이 기름져 온갖 생물이 깃들어 있는 생태계의 보고였다. 예전에 직소천에는 은어, 풍천 장어, 참게 등이 많이 나 은어 낚시터로도 유명했고, 해창마을과 묵정마을 쪽으로는 풍천 장어 요리집들이 들어서 외지 손님들로 북적대기도 했으며, 밤에는 온 마을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나가 참게를 잡았다고 한다. 또한 해창 갯벌에 묻혀 있는 바지락은 품질이 좋아 전량을 일본에 수출했었다.
[잊지 못할 새만금 갯벌의 생물들]
가없이 사라진 새만금 갯벌의 뭇 생명 중에 백합, 쇄방사늑조개[계화도조개], 우줄기, 둥글레조개, 대맛조개, 가리맛조개, 가무락조개, 동죽, 바다민달팽이 등은 전라북도 부안에서는 오직 새만금 갯벌에서만 생존했던 부안이 꼭 기억해야 할 생명들이다.
1. 백합[Meretrix lusoria, 백합과]
계화도 갯벌을 대표하는 생물은 백합이었다. 계화도 사람들의 삶을 지탱시켜 준 고마운 존재였다. 그러기에 계화도 사람들의 갯벌 사랑은 각별했다.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에도 갯벌에는 무수한 생물들이 묻혀 있어 허기를 면할 수 있었다. ‘갯벌에서 대학생 난다’는 말도 있듯이, 갯벌을 터전 삼아 백합 잡아 자식들 공부시키고, 혼사도 시키며 질척이는 삶을 이어왔다. 계화도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갯벌은 곧 저금통장이여. 언제라도 그곳에만 가면 돈을 벌어 올 수 있응게, 농사를 지어서는 그 1/10의 수익도 못 올리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계화도에서 하루 출하하는 백합의 양은 15톤이 넘었다. 아낙네들도 한나절 나가면 그 당시 금으로 7만 원~10만 원 벌이를 했을 정도로 백합은 가계 수입의 전부였고, 갯벌은 해고를 당할 걱정 없는 평생직장이었다.
그런가하면 백합은 전라북도 부안을 대표하는 맛이기도 했다. 먼저 크고 잘 생긴 외모부터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갈색의 표면은 코팅이라도 한 것처럼 매끈한데다 ∧∨의 화려한 무늬는 백이면 백 다 다르다. 그래서 ‘백합’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모양 좋고 때깔만 좋은 게 아니다. 영양 면에서도 으뜸이다. 백합에는 철분, 칼슘, 핵산, 타우린 등 40여 가지의 필수 아미노산이 들어 있다. 지금도 전라북도 부안 시장이나 음식점에서 백합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그 재료는 타 지역산 백합이다.
2. 쇄방사늑조개[Potamocorbula amurensis, 쇄방사늑조갯과]
전라북도 부안군 계화도에서 발견되어 ‘계화도조개’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계화도 갯벌에 흔한 조개였다. 전라북도 부안 사람들은 바지락보다도 훨씬 작은 이 조개를 ‘아사리’라고 부른다. 어찌나 서식 밀도가 높은지 조개 밭을 이루다시피 했다. 새만금 물길이 막히기 전만해도 부안 시장에 가면 가끔 계화도조개를 까서 파는 아주머니를 볼 수 있었는데 주로 젓갈을 담가 먹었다.
그런데 이놈이 태평양 건너 샌프란시스코 연안의 생태계를 교란시키며 악패(惡貝)의 명성을 드날리고 있다고 한다. 사실인즉, 이놈들의 종패가 외항 선박에 편승하여 샌프란시스코에 건너간 것으로 그곳 생물들은 계화도조개란 놈의 패악질을 당해내지 못하고 자기 영역을 시나브로 내주고 있다는 것인데, 1986년 처음 발견되었고, 지금은 샌프란시스코만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놈이 고향에서 멸문할 것을 미리 알고 이민이라도 간 모양이다. 어쨌든 머나 먼 타향에서 놈들이 가문을 번성시키고 있다니 계화도조개 가문의 입장에서는 천만다행한 일이다.
3. 우줄기[Barnea dilatata, 석공조갯과]
우줄기는 계화도에서 ‘물맛조개’라고 부르며, 지역에 따라 ‘코끼리조개’로 부르기도 한다. 계화도 갯벌 조개류 중에서는 제일 큰 놈으로 조가비 길이 10㎝, 원통형의 몸 둘레는 19㎝ 정도로 남자 어른의 손으로 쥐어지지 않을 정도로 굵다. 수관은 늘어졌을 때 20㎝ 정도로 길다. 펄 속 30㎝~40㎝ 깊게 사는 걸로 보아 더 길게 늘어날 것이라 여겨진다.
껍데기는 얇으며 담황색이고, 양 껍데기의 앞부분은 좁고 뒷부분은 넓게 열려 있다. 껍데기의 표면은 성장맥(成長脈)과 방사맥(放射脈)이 교차되어 앞쪽에서는 가시 모양을 이룬다. 우줄기는 민물기가 많은 계화도 양지 포구 앞, 즉 동진강 하구 갯골 바닥에서 둥글레조개, 계화도조개 등과 함께 물이 많이 쓰는 5물~9물 사이에 관찰되었다.
4. 둥글레조개[Barnea davidi Deshayes, 석공조갯과]
둥글레조개는 우줄기와 함께 전라북도 부안군 계화도 양지 포구에서 문포에 이르는 동진강 하구 조간대 하부에 서식했다. 길이 약 9㎝~10㎝, 높이[폭] 4㎝, 둘레[굵은 쪽]는 12㎝ 정도, 껍데기에는 가시 같은 돌기가 나 있는데 매우 얇은 석회질이어서인지 잘 부서진다. 일본의 어느 일러스트레이션(illustration) 작가가 그린 ‘에인절 윙(Angel Wing)’처럼, 조가비를 펴서 보면 천사의 날개와 매우 흡사하게 생겼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박영제 박사에 따르면 “둥글레조개는 2004년 이전까지는 [펄]돌맛조개[Barnea manilensis]라는 이름으로 잘못 불러져 왔다. 둥글레조개는 주로 우리나라의 서해안에 많이 서식하는 특산 패류로 전라북도 고창군 동호리, 계화도[새만금], 인천 영종도,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도 등에 분포한다. 이들은 조간대 하부에서 수심 10m 내외의 고운 모래가 섞인 굳은 펄에서 약 30㎝ 정도 깊이까지 뚫고 들어가 잠입 생활을 하는 서식 특성 때문에 물때가 맞지 않으면 잡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쉽게 발견되지도 않아 그동안 숨겨진 조개로 여겨져 왔다.”고 한다.
5. 대맛조개[Solen grandis Dunker, 죽합과]
계화도 갯벌의 펄 속에는 많은 생물들이 숨어 있었다. 그중 단연 으뜸은 백합이었으며, 백합 다음으로는 ‘대맛조개’를 꼽을 수 있었다. 그런데 대맛조개 잡기란 쉽지가 않다. 대맛조개는 조간대 하부의 모래펄 갯벌에 구멍을 깊게 파고 사는데, 우선 펄 바닥에 뚫려 있는 수많은 구멍 중에서 대맛조개 구멍을 구별해 내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구멍을 찾아 ‘맛써개’ 혹은 ‘맛새’라고 부르는 철사 꼬챙이를 집어넣으면 대맛조개가 놀라 꼬챙이 끝을 꽉 문다. 이때 고난도의 기술을 발휘해 펄 밖으로 끄집어내야지 자칫 놓쳐 버리고 만다.
길이 14㎝ 정도, 높이[폭] 3㎝ 정도로 맛조개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맛조개보다 훨씬 굵다. 전라북도 부안 사람들은 대나무 마디처럼 생겼다 하여 ‘죽합’이라고 한다.
6. 가리맛조개[Sinonovacula constricta, 작두콩가리맛조갯과]
새만금 물길이 막히기 전 동진강 하구역인 문포에서 계화도 양지 포구, 그리고 계화도에서 돈지·불등에 이르는 펄 갯벌에는 엄청난 양의 가리맛조개가 묻혀 있었다.
가리맛조개는 다른 맛조개류에 비해 서식 밀도가 높은 편으로 두세 평의 펄을 헤집어 한 대야를 채우는 경우를 본 적도 있다. 이렇듯 서식 밀도가 높다보니 한 사람이 한 물때에 채취하는 양 또한 엄청나다. 그러기에 작업이 끝날 때쯤이면 갯벌에는 또 하나의 진풍경이 펼쳐지는데, 남정네들이 물지게 등의 이동 기구를 동원하여 갯벌로 향하는 것이다. 이들은 갯벌에 군데군데 쌓아놓은 가리맛조개 자루를 몇 번이고 뭍으로 져 날랐다.
가리맛조개는 앞뒤로 길쭉하며 양쪽 끝이 둥글고 긴 직사각형 형이다. 껍데기는 황갈색을 띠며 주름져 있으며 보통 꼭지 부분은 벗겨져 회백색이 드러나기도 한다. 크기는 길이 9㎝ 정도, 높이[폭] 2.5㎝ 정도의 원통형으로 대맛조개보다는 작다. 예전에는 중국 음식 ‘짬뽕’에 어김없이 가리맛이 들어 있었는데 요즈음은 귀해져서인지 웬만한 중국 음식점 짬뽕에서 가리맛조개 찾기가 어려워졌다. 그런가 하면, 새만금 물길이 막힌 후로 전라북도 부안 시장에서 가리맛조개는 아예 자취를 감추었다.
7. 가무락조개[Cyclina sinensis, 백합과]
우리나라 남해와 서해 연안에 분포하며, 전라북도 부안에서는 계화도 갯벌 모래가 약간 섞인 펄 속에서 살았다. 모항 갯벌의 가무락조개는 갯벌 체험을 위해 종패를 뿌린 것이다. 조가비 크기는 6㎝까지도 자라며 둥글다. 조가비의 색깔은 살고 있는 저질(低質)에 따라 담황색이나 검은색 등을 띠는데 계화도 갯벌산은 검은색이며 조가비 가장자리는 흰색을 띤다. 조가비에는 가는 성장선이 규칙적으로 나 있고, 꼭지는 작고 구부러져 있으며 앞쪽으로 약간 휘어져 있다. ‘모시조개’로도 불리며 육질 속에 펄이 없어 탕으로 인기가 좋은 조개이다.
8. 동죽[Mactra quadrangularis Deshayes, 개량조갯과]
우리나라 남해와 서해 연안 해역에 분포하며, 전라북도 부안에서는 계화도 갯벌 조간대 상·중부 모래펄 갯벌에서 살았는데 서식 밀도가 아주 높았다. 2001년 돈지 갯벌에서 젊은 여성 어민 혼자 한 물때에 경운기 가득 채취해 귀가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조가비의 크기는 높이 4㎝ 정도, 길이 5㎝ 정도이고 하얀 바탕에 황갈색을 띤다. 조가비 표면에는 가로로 흑갈색의 성장선이 촘촘하게 나 있으며, 두 개의 껍데기를 붙이면 공처럼 둥글다. 전라북도 부안에서는 ‘꼬막’이라고도 부른다.
9. 바다민달팽이
세상에 그 존재를 제대로 알리지도 못한 채 새만금에서 사라진 생명체가 있다. 동진강과 고부천이 만나는 지점인 동진강 하구[전라북도 부안군 동진면 하장리와 백산면 금판리 일대]에 집단으로 서식했던 미 기록종이다.
순천만(順天灣)에도 이런 미 기록종이 서식하여, 갯벌 전문가들 사이에서 육상의 민달팽이를 닮았다고 이름을 ‘순천바다민달팽이’라고 짓자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름 없는 생명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순천만 말고도 새만금에도 엄연하게 생존하였으니 앞의 ‘순천’은 빼고 ‘바다민달팽이’라고 이름 지어도 무방할 것 같다.
2006년 3월 9일 한·일 공동 갯벌 조사단은 환경부 기자실에서 일본 측 전문가들과 공동 기자 회견을 열고 새만금 갯벌에서 서식하는 신종과 미 기록종을 발표했고, 육지의 민달팽이와 닮은 미 기록종의 일본 이름이 ‘야베가와모치’라고 밝힌 바 있다. 새만금 물길이 막히고 네 해가 지난 2010년 9월 17일, 바다민달팽이의 생존 여부가 궁금하여 서식지를 답사했으나 애석하게도 바다민달팽이의 생존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줄포만과 줄포 갯벌]
줄포만은 서해 바다 한 자락이 전라북도 부안의 변산(邊山)과 고창 선운산(禪雲山) 사이를 뚫고 내륙 깊숙이 파고 들어간 반 폐쇄형 만(灣)이다. 북으로는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격포리, 도청리]과 진서면[운호리, 석포리, 진서리], 보안면[신복리, 유천리], 줄포면[줄포리, 우포리]에 닿아 있다. 남으로는 전라북도 고창군 흥덕면[신덕리, 후포리]과 부안면[수양리, 상암리, 송현리, 선운리], 심원면[용기리, 하전리, 월산리, 두어리, 만돌리, 고전리], 해리면[동호리]에 닿아 있다. 서로는 서해 바다로 이어진다. 만의 가장 안쪽인 전라북도 고창군 흥덕면의 사포[후포]에서 만 입구까지 동서 간의 길이 약 20㎞, 만입한 남북 간의 폭은 약 7㎞~9㎞이다. 줄포항이 폐항되고 곰소가 번성하면서부터는 곰소만(熊淵灣)이라고도 부른다.
줄포만은 대부분 갯벌과 갯벌 중앙을 가로지르는 갯골로 구성된 수심 20m 미만의 천해(淺海)로서 갯골은 만 입구에서 곰소항까지 북쪽[변산 쪽] 해안을 따라 길게 발달해 있으며, 갯골의 최대 수심은 18.5m, 최대 폭은 약 900m이다. 갯벌은 갯골 남쪽의 해안선까지 줄포만 남쪽[고창 쪽] 부분의 대부분[약 75㎢]을 차지하며, 남쪽 해안의 상부 갯벌에는 파랑 작용에 의해 형성되는 쉐니어(Chenier)[해안을 따라 모래 혹은 조개껍질 등이 쌓여 만들어진 언덕]가 특징적으로 발달한다. 갯골 북쪽의 해안선까지 줄포만 북쪽[부안 쪽]에는 모항, 관선불, 구진, 줄포에 갯벌이 발달해 있다.
[해양 생태계의 축소판 ‘조수 웅덩이’]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마포리 하섬 갯벌에서 변산반도 서쪽 끝 지점인 격포리 반월, 죽막동, 적벽강, 채석강, 궁항 일대 해안에는 조수 웅덩이가 발달한 암반 조간대가 넓게 발달해 있다. 암반 조간대에 발달해 있는 조수 웅덩이는 해양 생태계의 축소판으로서 해양 동식물이 함께 살고 있는 특수한 서식처다.
현미경으로만 관찰할 수 있는 작은 해조류에서부터, 모자반류나 대형 해조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해양 식물이 분포한다. 이 식물들은 태양으로부터 빛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바닷물에서 영양분을 얻으며, 삿갓조개, 테두리고둥, 군부, 개울타리고둥, 총알고둥, 대수리, 전복 등 초식 동물의 먹이가 된다.
이러한 조수 웅덩이가 군데군데 발달한 암반 조간대에는 파래·청각·톳·돌김·쥐충이 등의 해조류와 굴·고둥류, 민꽃게·무늬발게[똘장게, 풀게의 통칭] 등의 게류, 성게, 불가사리, 말미잘 등이 서식하고, 이러한 자연환경 때문에 전라북도 부안은 우리나라 각 해안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을 한 곳에 모아 놓은 듯 한반도 전 해안에서 볼 수 있는 갯벌 생물들을 거의 다 볼 수 있다.
[부안 갯벌의 갯벌 생물]
1. 조개류
가리비, 갈색이랑조개, 개조개, 살조개, 바지락, 개량조개, 돼지가리맛, 맛조개, 떡조개, 민들조개, 빛조개, 새조개, 피조개, 태생굴, 가시굴, 잠쟁이, 복털조개, 키조개, 홍합, 지중해담치 등이 있다.
연체동물 중에 조개류는 두 개의 껍데기를 가졌다고 하여 이매패류(二枚貝類), 혹은 쌍각류(雙殼類)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이매패류는 대략 250여 종이다. 대부분의 조개류는 모래나 펄 속에 매몰된 상태로 살지만 복털조개, 홍합 등 바위에 단단하게 붙어 사는 조개류도 있다. 전라북도 부안의 주요 갯살림 재료는 바로 이 조개류이며, 하섬 갯벌, 적벽강 일대 바위 지대, 궁항, 두포 갯벌에서 주로 서식한다.
2. 고둥류
애기털군부, 군부, 애기삿갓조개, 테두리고둥, 고랑딱개비, 개울타리고둥, 팽이고둥, 눈알고둥, 갈고둥, 총알고둥, 둥근얼룩총알고둥, 대수리, 맵사리, 댕가리, 비틀이고둥, 갯고둥, 피뿔고둥, 큰구슬우렁이, 갯우렁이, 서해비단고둥, 주름송곳고둥, 왕좁쌀무늬고둥, 민챙이, 대추귀고둥 등이 있다.
고둥류는 한 개의 껍데기를 가졌다 하여 일매패류(一枚貝類), 혹은 단각류(單殼類)라고 한다. 나사형의 껍데기를 가진 연체동물로 발바닥을 이용해 기어 다닌다고 하여 복족류(腹足類)라고도 한다. 피뿔고둥이나, 큰구슬우렁이, 왕좁쌀무늬고둥 등 몇몇 종류의 고둥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고둥류는 바위 지대에 서식한다. 전라북도 부안에서는 하섬 갯벌에서 적벽강, 채석강, 궁항 해안의 암반 조간대에 주로 서식한다.
3. 갑각류
꽃게, 민꽃게, 무늬발게, 엽낭게, 눈콩게, 옴조개치레, 밤게, 범게, 그물무늬금게, 자게, 섭속살이게, 길게, 꽃부채게, 털보부채게, 뿔물맞이게, 달랑게, 긴발가락참집게, 갈게, 방게, 붉은발사각게, 농게, 흰발농게, 도둑게, 칠게, 세스랑게, 털콩게, 갯가재, 쏙, 쏙붙이, 홈발딱총새우, 큰손딱총새우, 갯강구, 조무래기따개비, 고랑따개비, 흰줄따개비, 빨강따개비, 검은큰따개비, 거북손 등이 있다.
갑각류는 몸 안의 부드러운 부분을 보호하기 위한 단단한 껍데기가 발달한 동물 무리를 이르는 말이다. 게, 바닷가재, 새우, 따개비 등이 대표적인 종이며, 이 중에서 가장 진화한 종이 게 무리이다. 대부분의 게들은 갯벌에 구멍을 파고 살지만 꽃부채게, 풀게, 무늬발게 등은 바위 지역에서 살면서 위협을 느끼면 돌 밑이나 바위틈에 숨는다. 또한 꽃게, 범게, 그물무늬금게 등은 걷는 다리가 노처럼 생겨 헤엄을 잘 친다.
이러한 게 중에 갯살림의 주 대상은 무늬발게[똘장게], 꽃게, 민꽃게[독기], 바닷가재, 새우 등이며, 전라북도 부안에서는 하섬 갯벌, 적벽강, 궁항 갯벌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줄포만 갯벌의 펄 갯벌에는 염생 식물 군락과 함께 농게, 갈게, 붉은발사각게 등이 서식한다.
4. 극피동물
분지성게, 염통성게, 별불가사리, 아무르불가사리, 검은띠불가사리, 거미불가사리, 가시닻해삼 등이 있다.
‘가시가 있는 피부’라는 뜻의 극피동물은 단단한 석회질로 구성된 골편이 내골격을 이루고 있고, 몸 표면의 돌기나 가시 등이 포식자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불가사리, 성게, 해삼 등이 이에 속한다. 불가사리류는 전라북도 부안 전역의 갯벌에 서식하나 성게나 해삼 등은 하섬 갯벌이나 적벽강, 궁항 갯벌에 주로 서식한다.
5. 자포류
풀색꽃말미잘, 해변말미잘, 담황줄말미잘, 보름달물해파리, 바다선인장 등이 있다.
자포동물은 자포[Nematocyst]라는 쏘는 세포 내 주머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포동물이라 한다. 몸은 방사 대칭형으로 운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착 생활을 하거나 부유 생활을 한다. 자포동물이 가진 최선의 방어와 공격 기구는 먹이를 마비시켜서 입으로 끌어당기는 자세포들을 지니고 있는 꽃잎과 같이 생긴 촉수이다. 바다선인장은 모래펄 갯벌 하조대에서 주로 관찰되고, 말미잘류는 하섬 갯벌, 적벽강, 궁항의 암반 조간대에 주로 서식한다.
6. 완족류
세로줄조개사돈, 개맛 등이 있다.
완족류는 조개처럼 생겼으나 조개와는 관계가 없다. 두 장의 껍데기는 몸의 등과 배에 있고, 서로 형태가 다르다. 몸에는 근육질의 자루가 있어서 바위 등에 붙어 살거나 펄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하섬 갯벌의 모래펄 갯벌과 바위 지대에서 주로 발견된다.
7. 다모류
흰이빨참갯지렁이, 두토막눈썹참갯지렁이, 바위털갯지렁이, 넓적집갯지렁이, 털보집갯지렁이, 솜털꽃갯지렁이, 관절석회관갯지렁이 등이 있다.
갯지렁이 무리는 환형동물문에 속하나 털이 많아 다모강(多毛綱)으로 분류되며, 전 세계적으로는 8,000여 종이 보고되었다. 갯지렁이류를 생태적 특징으로 분류해 보자면 크게 먹이 활동과 생식 활동을 위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유재류(遊在類)와 한 자리에 고착해서 살아가는 정재류(定在類)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갯지렁이류는 진흙 속의 유기물이나 수중에 떠있는 미소 생물을 잡아먹거나 유기물을 걸러 먹고 살기 때문에 갯벌을 정화시키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생물이다. 갯지렁이 무리는 전라북도 부안 전역의 갯벌에 서식한다.
8. 그 밖의 부안 갯벌의 저서생물
개불, 낙지, 주꾸미, 짱뚱어, 말뚝망둥어 등이 있다.
저서생물이란 바다의 바닥에서 사는 생물들을 이르는 말이다. 해저에 구멍을 내어 서식하거나 기어 다니며 살고, 바위인 경우 구멍을 내거나 바위 틈새, 또는 바위 표면에 부착하여 서식한다. 전라북도 부안의 갯벌에는 위에서 분류하지 못한 개불, 낙지, 짱뚱어, 말뚝망둥어 등의 저서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9. 해조류
김, 꼬시래기, 불등풀가사리, 우뭇가사리, 애기가시덤불, 비단풀, 작은구슬산호말, 구멍갈파래, 청각, 떡청각, 모란갈파래, 지충이, 톳, 고리매, 괭생이모자반, 바위수염, 불레기말, 패, 미역, 거머리말 등이 있다.
해조류는 이름 그대로 바다에서 사는 조류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전라북도 부안에는 하섬 갯벌과 적벽강 해안의 암반 조간대와, 위도·왕등도 해안에 서식한다.
10. 염생 식물
칠면초, 나문재, 가는갯는쟁이, 퉁퉁마디, 해홍나물, 갯질경이, 갈대 등이 있다.
전라북도 부안에서 염생 식물 군락은 줄포만 갯벌에 발달해 있다. 전라북도 부안군 줄포면 우포리-줄포리-보안면 유천리 호암에 이르는 갯벌에 붉은 융단이라도 깔아 놓은 듯 독특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