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80012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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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전라북도 부안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형미 |
저자 생년 시기/일시 | 1940년 1월 20일 - 최기인 출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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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찬|간행 시기/일시 | 1977년 - 『갈대』 발간 |
저자 몰년 시기/일시 | 2018년 6월 5일 - 최기인 사망 |
배경 지역 | 갈대 - 전라북도 부안군 동진면 당상리 |
성격 | 소설 |
작가 | 최기인 |
[정의]
부안 출신 소설가 최기인이 고향인 부안군 동진면 당상리를 배경으로 지역 전통 정서를 반영하여 저술한 농민 소설.
[개설]
「갈대」는 저자 최기인이 고향 부안군 동진면 당상리를 배경으로 농촌에서 터전을 잃고 도시 변두리로 나가 인생 역전을 한 어느 젊은이의 삶을 그린 농민 소설이다. 이는 1977년 해동출판사에서 『갈대-최기인 소설집』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었다.
[내용]
『갈대-최기인 소설집』은 최기인이 제일 먼저 출간한 책으로, 공들여 쓴 흔적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등장인물 마음이 갈대처럼 흔들흔들 정처 없습니다. 또 그처럼 떠도는 삶을 살게 되지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 최기인 선생 본인의 마음이, 삶이 그러하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원광 소설 가족 모임’을 함께 해오던 소설가 윤흥길이 『갈대』를 두고 한 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재미있게 읽히는 이유는, 등장인물이 다 살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시화에 따른 농촌 문제를 사실적인 감각을 살려 그린 작품이 「갈대」이다.
“님이라 부르리까, 당신이라고 부르리까아-” 잔솔밭에 달이 떠올랐는지 창문이 밝게 물들었다. 안동네에서는 가물가물 꽹과리 소리가 들려왔다. 초상집에서 중복경을 읽는 모양이다.
부안 출신 소설가 최기인의 소설 「갈대」의 마지막 대목이다. 「갈대」의 무대는 소설가의 고향 동진면 당상 마을이다.
소설은 서울에서 사업하여 돈을 번 허영배가 고향 당촌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아버지 허죽반이 동네 이장에게 도장과 논문서를 맡겼다가 논을 빼앗긴 것이 고향을 떠나게 된 이유가 되는데, 논을 차지한 친구 이강필을 죽도록 패서 화풀이를 한 그날 서울로 도망친다.
허영배가 15년 만에 고향을 찾게 된 것은 조맨발의 문상과 자신의 사업 확장을 위해서다. 여기에서 뜻밖의 소식을 듣는다. 사랑했던 주막집 과부의 딸 두례가 청상과부가 됐다는 것이다. 허영배는 두례가 있는 주막을 찾는다. “님이라 부르리까, 당신이라고 부르리까.”는 두례가 15년 전의 사랑을 방 안에 두고 술청에서 부르는 노래다. 서울로 줄행랑을 치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살피지도 않다가 이제야 돌아왔으니, 복창이 터지고 만감이 교차한다. 평소에 노래를 부르지도, 술도 먹지 않던 두례가 술김에 자신의 심정을 노래로 토해낸다. 계화도 바람에도 흔들릴 갈대 같은 두례를 이제 와서 어쩌라고?
서울에 가서 배때기에 기름이 잔뜩 끼고, 사업으로 어느 정도 성공한 허영배가 고향을 찾은 것은 꼽추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인 논을 찾겠다는 것도 아니다. 이제 돈도 좀 벌고 여유도 있으니 15년 전의 그 순수한 사랑을 찾겠다든가 하는 얘기를 소설에서는 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독자의 상상력과 작품의 수준을 높여 놓는다.
소설에는 팽나무 거리가 주 무대다. 지금의 동네 모정이 있는 곳이다. 수령 사오백 년 되는 해묵은 팽나무가 있었는데, 도로가 나면서 잘려나갔다. 그리고 두례네 주막은 실제로 ‘당상 마을’ 표지석이 있는 근방에 있었는데, 이곳도 없어졌다. 허영배와 두례가 사랑을 나누던 잔솔밭은 ‘물래 당산’이란 이름의 탐진 최씨 선산으로 추정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당상마을은 지금도 부안의 토속말이 즐비하다. 허영배의 아버지 허죽반이라는 이름은 하루에 짚신을 한 죽 하고도 반을 삼는다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서울 갔다가 사흘 만에 돌아와서 서울 말씨를 썼다는 윤달중이라거나, 1950~1960년대에 그야말로 마을마다 있을 법한 얘기들이 한가득하다.
최기인은 정3품 당상관을 지낸 조상이 있는 명문 집안 출신이다. 소설 「갈대」의 배경이 된 마을 이름이 ‘당상리’인 것도 이곳에서 당상관이 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할아버지 또한 꽤 알려진 한학자였고, 한시도 많이 지었다. 우석대학교 한문 전공 교수가 그 한시집을 번역해 발간한 적도 있다. 최기인까지 보면 대대로 문필가 집안이었음은 틀림없다.
하지만 소설가 윤흥길의 말에 의하면, 최기인은 가족사만큼은 분단 이데올로기로 인해 불행을 겪었다. 최기인의 아버지 최순환이 1945년 해방이 되어 동진면 농민위원회의 책임을 졌던 것이 문제가 되었다. 결국 그 일로 인해 부친은 좌익으로 낙인찍혔고, 논에서 모내기를 하다가 잡혀가서 영문도 모른 채 줄포에서 죽음을 맞았다. 그때 부친의 나이는 40세였다고 한다.
윤흥길 기억에는 최기인이 농민 소설가가 된 이유가 농민위원회 활동을 하다 좌익이라는 이름으로 죽은 아버지의 영향은 아닐 거라고 했다. 아무래도 익숙한 세계를 소설 속에 등장시키기 마련이기에 순전히 자신의 성장 과정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이다.
[특징]
최기인은 판소리를 배워 술자리에서 한 대목씩 하기도 했는데, 전라도 판소리가 가지고 있는 해학성이 작품 속에 그대로 드러난다. 아무리 못된 인물이라도 바로 그 해학성이 있어 생동감이 있고 재미가 있단다. ‘나쁜 놈’도 마치 구원받을 가능성이 있게끔 해주는 것이 최기인 작품의 미덕이자 장점이다.
[의의와 평가]
대표작 「갈대」나 「똠방각하」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농촌,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구사하는 정확한 전라북도 방언은 바로 최기인 소설가 자신의 바탕이요, 언어라는 얘기가 있다. 즉 그의 작품마다 차고 넘치는 구수한 관용어 방언, 판소리 사설에서 따왔음직한 속담 같은 표현은 그가 조그만 녹음기를 갖고 다니며 일일이 수집한 살아 있는 자료들이다. 이것을 기초로 해서 해학과 풍자를 곁들인 현실 비판을 해온 최기인은 한국에 몇 사람밖에 없는 농민 소설가이다. 소재, 인물, 언어가 농촌 실정을 반영하고 있는데, 소설 공간이 도시라 해도 인물은 농촌 출신이다. 농민 문학이 숙명적으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자기 정체성을 밝히는 글을 많이 써야 하는 것이 또한 작가가 할 일이다. 최기인처럼 자기 정체성이 작품 속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