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80012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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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邊山記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전라북도 부안군 |
시대 | 근대/개항기 |
집필자 | 김영미 |
[정의]
1869년 송병선이 부안의 변산을 유람하고 남긴 기행문.
[개설]
「변산기(邊山記)」는 1869년(고종 6)에 개항기 순국지사 송병선(宋秉璿)[1836~1905]이 전라북도 부안의 변산 지역을 여행하고 기록한 기행문이다. 19세기 대표적인 도학자이자 유기(遊記) 문학가인 송병선은 1905년 을사조약이 강행되자 이를 반대하며 자결한 인물이다. 그는 송시열(宋時烈)의 9대손으로 자는 화옥(華玉), 호는 연재(淵齋)이다. 송시열, 권상하, 한원진 등의 기호학파 학통을 이어 19세기 후반 연재학파를 형성하였다. 그의 문집 『연재집(淵齋集)』에는 총 22편의 유기(遊記) 작품이 실려 있는데, 이 중에 유산기(遊山記)는 13편이며, 나머지는 지방의 명승지를 돌아다니면서 기록한 것이다. 13편의 유산기를 살펴보면 영남 지역은 주로 서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호남 지역은 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부안의 변산을 유람하고 쓴 「변산기」는 그 중의 한 편이다.
[구성]
일반적으로 유산기는 첫 부분에서 유람 동기, 본문에서 유람의 견문과 감상, 마지막에 유람을 마치며 하산하여 귀가하는 내용이나 유람 지역의 전체적인 감상, 혹은 유람 당시를 회고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변산기」 역시 비슷한 구성을 보이고 있는데, 마지막 부분에는 변산 유람을 마치고 정읍과 전주로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 유람 내용을 회고하며 기문을 짓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내용]
송병선이 1869년에 변산의 칠성암(七星菴), 우금암, 실상사, 직소 폭포, 월명암, 월정대, 채석강과 적벽강, 내소사를 차례대로 유람하고 그 견문과 감상을 서술해 놓고 있다. 먼저 송병선은 변산을 유람하게 된 동기를 밝히고 있다. 변산이 ‘소봉래(小蓬萊)’라 불리며 동봉(東峰) 김시습(金時習)[1435~1493]과 월사(月沙) 이정구(李廷龜)[1564~1635]가 모두 금강산과 지리산으로 논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변산의 승경을 찾아보고 싶어서 변산을 유람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본격적인 유람을 시작하며 그 이동 경로에 따라 견문과 감상을 서술한다.
처음 일행은 칠성암을 지나 개암사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는다. 이후 북쪽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서 우금암에 이르렀는데, 우뚝 천 길로 솟아 있는 굴에 전해 내려오는 소정방과 신라 법민왕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북쪽 방향으로 산허리를 굽이굽이 돌아 실상사에 들어가 잠시 쉬었다가 직소 폭포에 닿는다. 우레처럼 울리고 그 높이가 수십 길이인 직소 폭포에서 물거품이 날려 얇게 뿜어내는 모습, 검푸르고 깊은 소(沼) 등을 보며 일행들이 ‘기이한 장관’이라고 소리친다. 다시 돌계단을 부여잡고 끝없이 벼랑을 따라 걸어가 도착한 곳이 월명암이었는데 ‘안온하면서도 기이한 절경’이었다. 월명암 위로 다시 올라가 가장 높은 월정대에 닿았는데 ‘사람의 정신이 높이 우주 밖까지 날아오르는 듯하다.’고 탄상하고 있지만 금강산과 한라산의 경관에는 못 미친다고 하였다.
그날 밤 월명암 요사채에서 묵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지지포를 지나 층층이 절벽을 묶어 세워 둔 듯한 채석강을 구경하고, 붉은빛으로 기이하고 웅장한 적벽을 구경한다. 이어서 내소사로 와서 절을 둘러보고 내소사 오른쪽으로 올라가 청련암과 사자암 두 암자를 방문한다. 마지막으로 산을 내려오며 일행들과 작별하고 정읍으로 떠나가는 내용이다.
[특징]
「변산기」는 산세와 빼어난 경관, 산속 사찰과 누대 등 산에 대한 정보를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으며, 자신이 기대했던 모습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예컨대 월명암 월정대를 김시습이나 이정구는 금강산과 지리산에 비유하고 있는데, 송병선은 이런 극찬은 지나친 것 같다고 하는 서술 등이 이에 해당된다. 또한 변산 경관을 통해 도학자로서 송병선의 사상을 드러내기보다는 장소의 이동에 따라 보여지는 광경들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기록하고 있다.
[의의와 평가]
송병선이 남긴 호남 유산기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구한말 호남의 명산에 대한 인식과 특징을 밝혀내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변산기」에 묘사된 부안 직소 폭포의 아름다움은 직소 폭포 일원이 2020년 4월 20일 명승 제116호로 지정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었다. 송병선은 「변산기」에서 다른 어떤 곳보다 직소 폭포 주변 풍경에 대해 상당히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묘사하고 있는데, 그 아름다움이 ‘설악산의 구룡폭포, 개성의 박연폭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