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전라북도 부안 지역에서 오랜 세월을 두고 기억·전승되어 사용을 피하거나 금기시되는 행동에 관련된 말.

[개설]

금기어(禁忌語)는 “마음에 꺼려서 하지 않거나 피하는 말”을 뜻한다. 어떤 한 문화권이나 사회에서 오랜 시간 동안 전승되어 내려온 관습에 대한 것이 많다. 금기어는 주로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규범을 지키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또는 도덕적으로 꺼리는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왔다. 따라서 그 지역의 금기어는 해당 지역 공동체의 역사, 문화, 관습 등을 투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부안 지역에서는 최근 들어 이러한 금기어가 미신으로 치부되어 많이 약화되었다. 다만 일부 문헌과 노년층에게서 이전 시기에 사용되던 금기어의 일부를 확인할 수 있을 따름이다. 『부안군지』[1991], 김성식의 「속신」[2015] 등에는 부안 지역에서 사용된 금기어가 잘 정리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전라북도 부안군 진서면 곰소리 주민 김정덕[80세]에게 확인한 일부를 소개한다.

[금기어]

금기어는 주로 “무엇을 하면 이러이러한 부정적인 일이 일어난다.”와 같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로 출산, 육아와 같이 여성과 관련된 금기어가 많으며, 세시 풍속, 일상생활과 관련된 금기어도 쉽게 확인된다. 제보자는 지금은 이러한 말을 쓰지도 믿지도 않지만 이전 시기에는 이러한 것들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던 시기가 있었다고 하였다.

1. 출산 육아 관련 금기: ①밥할 때 지푸락을 거꾸로 때면 애기를 거꾸로 낳게 된다. ②임신부가 닭고기를 먹으면 아기 피부가 닭살처럼 우둘투둘해진다. ③임신부가 오리고기를 먹으면 손발이 달라붙어 물갈퀴처럼 된다. ④집안을 잘 치우지 않으면 애기 낳을 때 고생한다. ⑤아이들에게 계란을 많이 먹이면 말을 더듬게 된다.

2. 세시 관련 금기: ①결혼식 날 남자가 처마에 서서 가마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있으면 복이 달아난다. ②혼사가 있는 날에 그릇이 깨지면 불길한 일이 일어난다. ③동네에 초상이 났을 때는 머리를 감지 않고 화려한 치장을 하지 않는다. ④상여가 무겁다 소리를 하면 더 무거워진다. ⑤산일[산소에 벌초하는 일] 갈 때 여자가 가면 재수가 없다.

3. 일상생활 관련 금기: ①지게를 방문 앞에 세워 놓으면 사람이 죽는다. ②동이 트기 전이나 해가 떨어진 후에 빨랫방망이 소리가 나면 동네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 ③장깡[장독대]이 깨지면 집안에 우환이 생긴다. ④떡을 찔 때 화장실에 다녀오면 떡이 설익게 된다. ⑤아침밥을 먹기 전에 집안에 여자가 찾아오면 그날 재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