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80011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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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軍官傳說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
시대 | 시대 미상 |
집필자 | 김영미 |
수록|간행 시기/일시 | 1985년 - 「긴다리 군관 전설」 『부안의 얼』에 수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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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지명 | 변산 -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
성격 | 설화|도적담|관직 획득담 |
주요 등장 인물 | 긴다리 군관 박씨|도적들|전주 영장 이관상 |
모티프 유형 | 도적 되기|관직 얻기 |
[정의]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지역에서 긴다리 군관과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긴다리 군관 전설」은 긴다리가 실수로 친구를 죽이고 어쩔 수 없이 도적들의 두목이 되었다가 개과천선하여 포도군관이 되었다는 도적담이자 관직 획득담이다. 이 이야기는 도적을 주요한 화소로 하여 “변산에 도적이 많다.”는 실제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로 풀어낸 설화이다.
[채록/수집 상황]
1984년 부안군교육청에서 간행한 『부안의 얼』에 「긴다리 군관 전설」이 수록되어 있으며, 채록 상황은 미상이다. 무형문화유산온라인지식사전(http://www.ichpedia.org)에서도 원문이 서비스되고 있다.
[내용]
긴다리 군관의 성은 박씨인데 다리가 보통 사람보다 유난히 길어서 ‘긴다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는 체격이 아주 크면서 다리가 길고, 얼굴은 호랑이상으로 생겼으며, 힘이 엄청나게 세서 큰 호랑이를 사로잡기도 했다. 그는 부친을 일찍 여의고 홀로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데 집은 가난했지만 어머니에게 효성이 극진하여 주변 사람들은 그를 매우 존경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실수로 친구를 죽게 하였다. 관가에 가서 자백하고 싶었으나 홀로 계시는 어머니가 걱정스러워 자백하지 못하고 어머니를 모시고 산중에 숨어 살게 되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삼년상을 마친 후에 자백하려고 생각하며 항상 죄책감에 후회의 눈물을 흘리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도적들이 집에 들이닥쳤는데 긴다리 군관은 마당에 멍석을 깔고 손수 밥을 지어 배불리 대접했다. 도적들은 자신들 같은 도적들에게도 정성을 다하는 긴다리에게 은연중에 존경하는 마음이 생겨 자신들의 두목이 되어달라고 간청하였다. 긴다리는 늙은 어머니를 모셔야 된다는 이유로 에둘러 거절하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그렇게 하겠다고 임시방편으로 도적들과 약속하였다. 시간이 흘러 긴다리는 모친상을 당했고 삼년상이 끝나면 관가에 가서 살인죄를 자백하려는 찰나, 예전의 그 도적들이 자신들의 두목이 되어달라고 다시 찾아왔다. 결국 긴다리는 그들의 두목이 되어 도적의 굴혈인 부안 변산에 도착하였다.
그는 3백여 명의 부하 도적들을 모아 놓고 도적질할 조목과 도적질해서는 안 될 조목을 정하였는데, 요약하면 불의의 재물만 빼앗지 양민의 재물은 손을 대지 않으며,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은 도와준다는 것이었다. 변산을 근거지로 그들이 활동을 시작하자 전라도·충청도에서 ‘긴다리 화적떼’가 화제가 되었다. 항간에서는 가난한 사람을 구해 주는 의인이라는 소문이 퍼졌으나 각 관가 수령들에게는 큰 골칫덩이가 되어 긴다리를 잡아들이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긴다리는 몸을 한번 솟구치면 순식간에 뛰어 사라지고, 걸음은 하루에 사오백 리를 걸으며, 힘이 세서 오랏줄을 한 번에 끊어버리는 등 포교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긴다리를 잡을 수가 없었다.
조선 영조 26년 6월, 전주 영장 이관상은 긴다리를 잡지 못해 한탄하고 있는데 긴다리가 스스로 이관상 앞에 나타났다. 이관상은 긴다리의 위엄과 태도에 위압감을 느꼈는데 그의 유창한 말솜씨와 태연자약한 태도에 다시 한 번 감탄하였다. 긴다리는 자신이 예전에 친구를 실수로 죽인 일과 도적의 괴수가 된 사연, 도적질로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을 구원한 일을 자세히 설명하고 자신의 운명이 그렇듯 지도자를 만나지 못하고 때를 만나지 못해 어렵게 사는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관상이 감탄하여 즉시 이 사실을 조정에 보고하고 긴다리를 ‘포도군관’에 임명하였으니 ‘긴다리 군관’이 된 것이다. 그는 부안 변산에 있는 도적의 무리들을 모두 데려가 양민이 되게 하였다. 그러자 전국 각지의 도적들도 이 소식을 듣고 스스로 개과천선하고 자수하여 어진 백성이 되었다.
[모티프 분석]
「긴다리 군관 전설」의 주요 모티프는 ‘도적 되기’, ‘관직 얻기’ 등이다. 이 이야기는 소설적 대화체나 긴다리 군관에 대한 묘사, 이야기의 구성적인 측면 등에서 한편의 소설로 보아도 될 정도의 구성 요소를 갖추고 있다. 또한 내용적인 측면에서 이 이야기는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에 전승되는 「변산의 도적과 허생원 이야기」와 박지원의 「허생전」, 그리고 허균의 「홍길동전」 등과 관련지어 분석할 수 있겠다. 변산의 도적들이 긴다리 박씨를 자신들의 두목으로 초빙하는 것은 「변산의 도적과 허생원 이야기」에서 허생원을 도적의 두목으로 초빙하는 것과 상통하며, 긴다리 박씨를 조정에서 포도군관에 임명하자 ‘도적들이 모두 평정되었다’는 내용은 「홍길동전」에서 홍길동에게 이조 판서의 직책을 내리자 홍길동이 도적들을 이끌고 율도국으로 떠났다는 것, 「허생전」에서 허생이 도적들을 모두 무인도로 데려가서 ‘나라가 평온해졌다’는 내용과 비슷하다.
특히 이 「긴다리 군관 전설」은 조선 영조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변산 도적 문제가 논의되었던 실제적인 상황이 배경이 되어 일정 부분 역사적 사실성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러한 설화를 통해 우회적으로 도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당시 변산 지역민의 굶주린 실상을 가늠해 볼 수 있겠다. 또한 문학사적으로 ‘변산 도적’이라는 역사적·설화적 토대가 「홍길동전」 같은 소설의 출현을 가속화시켰을 것이며, 한편으로 「홍길동전」의 출현을 계기로 민중들 사이에서는 다시 설화적 이야기들이 구전되는 순환 현상이 일어났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