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8001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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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歲時飮食 |
영어공식명칭 | Times and Seasons Food |
분야 | 생활·민속/생활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전라북도 부안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영숙 |
[정의]
전라북도 부안 지역에서 명절, 계절, 시절, 절기 등에 맞춰 만들어 먹는 음식.
[개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계절·절기(節氣) 등과 밀접한 농경 위주의 생활을 해오며 풍작을 기원하거나 수확에 감사하는 등 여러 가지 농경의례(農耕儀禮)를 주기적으로 치러왔다. 이런 주기적이고 관습적인 의례는 세시 풍속의 발달과 함께 우리만의 고유한 식문화를 형성해 왔다. 세시 음식은 이런 오랜 농경문화의 전통 속에서 계절·절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발달해 온 우리 고유의 음식으로, 절식(節食)과 시식(時食)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절식은 명절마다 그 의미에 맞춰 차려 먹는 음식이고, 시식은 계절마다 제철 재료로 만들어 먹는 음식을 말한다.
과거 우리의 세시 풍속을 총 집대성했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현재까지도 우리에게 이어지고 있는 명절 풍속과 명절 음식들이 기록되어 있다. 당시 명일(名日) 또는 명절로는 설날, 입춘(立春), 대보름, 중화절(中和節), 삼짇날, 초파일, 단오(端午), 유두(流頭), 삼복(三伏), 칠석(七夕), 추석, 중앙절, 무오일, 동지(冬至), 납일(臘日) 등이 있었고, 이런 명절에 맞춰 만들어 먹었다는 특별한 음식들도 나온다.
세시 음식은 사계절이라는 자연의 영향과 역사적 환경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온 우리 전통 식생활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우리 옛 식생활의 풍요로움을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계절마다 자연의 멋을 음식에 담아 먹으며 자연과 하나가 되려는 마음, 재앙을 예방하려는 마음, 몸을 보양하려는 마음, 조상을 숭배하려는 마음 등이 담긴 생활관·철학관이 배어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전라북도 부안군은 자연 지리적으로 크게 동부 평야 지역, 중부 산간 지역, 서부 해안·도서 지역으로 나뉘며, 이런 자연 지리적 조건에 따라 세시 음식이나 풍속도 조금씩 다른 특성들을 보인다. 예를 들면, ‘조기 심리’는 전라북도 부안군의 서부 해안 도서 지역을 포함하는 전라도 서해안 지방에서 주로 전승되어 온 것으로, 어업 종사자들이 잡은 고기 중 가장 좋은 것 한 마리를 골라서 조상의 제사상에 올리거나 뱃고사의 제물로 올리는 풍속이다. 전라북도 부안군 지방의 세시 음식을 월별로 나누어 살펴본다.
[부안군의 세시 음식]
1. 1월
1) 초하룻날
초하룻날 설 음식은 밥이 중심이었으나 나중에 떡국으로 변화했다.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다닌다. 중부 산간 지역인 전라북도 부안군 상서면 청림리에서는 세주로 기장술 등을 만들고, 변산면 중계리에서는 세주로 보리술, 서숙술, 조술, 감자술 등을 만들어 썼다. 서부 해안 지역인 전라북도 부안군 진서면에서는 차례상에 오르는 생선류 중에 조기를 제일로 쳤다고 한다.
2) 정월 보름
전라북도 부안군 동부 평야 지역인 백산면 용계리에서는 풍물을 쳐서 걸립을 하여 마을 기금을 마련하고 풍물 악기를 사서 보충한다. 밤에 쥐불놀이를 하며, 남자들은 여장을 하고 여자들은 남장을 하여 보리·바가지를 가지고 ‘보름밥’ 곧 ‘오곡밥’을 얻으러 다닌다. 전라북도 부안군 줄포면 난산리에서는 귀밝이술과 함께 오곡밥을 먹는다. 당산제를 지내며, 떡, 돼지머리, 삼실과 등을 준비한다. 전라북도 부안군 상서면 청림리에서는 오곡밥·토란대나물·고사리나물·취나물·아주까리나물·대래잎나물 등을 장만한다.
2. 2월과 3월
음력 2월 초하룻날[사내기날]에 콩이나 오곡을 볶아 먹고, 볶은 콩을 집안 사방으로 던지며 노래기를 쫒는다. 부정한 일 때문에 못한 정월 보름 행사도 하고, 농사 준비도 한다. 3월에는 삼짇날이 있으나 별다른 행사는 없었다고 한다.
3. 4월
음력 4월 8일 초파일에 부녀자들이 절에 가며, 특별히 먹는 음식은 없다. 동지에서 105일째 되는 날인 한식에 사초(莎草), 이장(移葬) 등의 산일을 하고, 성묘도 한다.
4. 5월
초순경에 전라북도 부안군 부안읍, 보안면, 줄포면에서 ‘조구 심리[조기 신미(新味)]’라고 하여 새로 나온 조기를 맛본다. 음력 5월 5일 단오에 전라북도 부안군 상서면에서는 꽃떡을 만들어 먹는다. 찔레꽃·삐비꽃을 따서 밀가루에 넣고 반죽을 하여 시루에 쪄내는 떡이며, 먹으면 더위가 물러간다고 한다. 전라북도 부안군 보안면에서는 아침 일찍 상추에 맺힌 이슬[상추를 잘랐을 때 나오는 흰액]을 받아먹는다. 이렇게 하면 여름에 땀띠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5. 6월
음력 6월 보름 유둣날에 집집마다 술과 안주를 만들어 마을 정자에서 흥겹게 놀며, 동네 술멕이를 한다. 농사를 잘 지은 집에서 ‘장원주’를 내기도 하고, 풍물을 친다.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에서는 집집마다 ‘보리개떡’을 만들어 잔치를 한다. 집집마다 ‘밀수제비’를 만들어 먹고 논다. 밀을 맷돌에 갈아 체로 쳐서 반죽을 한 다음 손으로 작게 뜯어 썰어 놓은 햇감자와 함께 끓는 물에 넣어 끓여 내어 간을 맞추어 먹는다. 복날에 그해의 더위를 물리친다는 뜻에서 고기로 국을 끓여 먹는 복달임을 한다. 전라북도 부안군 부안읍과 보안면에서는 복달임으로 개, 닭 등을 잡아먹는다.
6. 7월
음력 7월 7일 칠석날에 음식들을 장만하여 마을 쉼터로 나와 술멕이 잔치를 벌인다. 개떡도 만들어 먹는다. 전라북도 부안군 부안읍에서는 개떡을 만들어 먹는다. 전라북도 부안군 상서면에서는 잘사는 집에서 닭죽 혹은 밀가루죽과 술을 내어 마을 술멕이 잔치를 한다. 술은 주로 보리술·조술 등이다.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에서는 집집마다 밀칼국수·닭죽·보리술 등을 만든다. 음력 7월 15일 백중날에 마을에 따라 술멕이 행사를 한다.
7. 8월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간다. 전라북도 부안군 줄포면에서는 모시송편을 만들고 시루떡을 한다. 전라북도 부안군 상서면에서는 모시송편·쑥송편을 만들고, 찰서숙으로 만든 찰시루떡을 만들어 먹는다.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에서는 시렁에 모셔두었던 벼를 찧어서 햅쌀밥을 처음 먹는다. 각종 산나물 및 재배 나물들로 나물 음식도 만든다. 닭·조기 등의 고기류도 장만하며, 모싯잎 송편도 만든다. 모시 재배의 주산지였던 전라북도 부안군 보안면에서도 모시송편을 만들어 먹는다.
8. 9월과 10월
음력 9월과 10월은 농번기·추수기라서 특별한 행사가 없으며, 집안 가족끼리 휴식과 오락을 즐긴다.
9. 11월
동짓날에 동지죽을 먹는다. 동지죽은 차조·찰수수를 절구에 빻아 새알시미로 만들어 넣고 쑨 팥죽이다. 음력 11월 10일이 채 못 되어 드는 ‘애동지’에는 밥과 떡을 먹는다. 음력 동짓달의 그믐 무렵에 든 양력 동지인 ‘노동지(老冬至)’에는 팥죽을 쑤어 먹는다.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에서는 팥죽을 쑤어 사방에 뿌리며 “잡귀야 물러나라”라고 외친 다음 나누어 먹는다.
10. 12월
음력으로 한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그믐에는 풍물 농악기를 꺼내서 손질하고, 풍물을 쳐서 마을 기금을 모은다. 설 준비를 하며, 부안 시장에 나가 설 장보기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