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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000790
한자 歲時風俗
영어음역 Sesipungsok
영어의미역 Korean Folk Customs
이칭/별칭 연중행사,월령,세사
분야 생활·민속/민속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충청남도 논산시
집필자 김효경

[정의]

충청남도 논산 지역에서 한 해를 단위로 일정한 시기에 관습적·주기적·의례적으로 거행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 행위.

[개설]

세시풍속이란 예부터 전해지는 농경사회의 풍속이며, 매년 농사력에 맞추어 관례(慣例)로서 행하여지는 전승적 행사와 의례를 가리킨다.

[정월]

봄은 만물이 약동하는 시기로 새로운 시작과 더불어 농사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정월 초하룻날에는 한해의 시작을 조상께 고하고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모처럼 몸과 마음을 쉬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는다. 전년(前年)과는 다른 새해의 새 희망이 샘솟는 시기이다. 때문에 정초(正初)에는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다. 앞으로 이어질 나날들에 좋은 일만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삼가고 근신한다. 이러한 조심의 시간을 정초라 하며 특별한 의미 속에서 보낸다.

정월 열나흗날이 되면 이러한 근신이 해제된다. 농업이 중시되는 일상의 시간으로 환원된다.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 야기될 모든 액(厄)을 없애기 위한 의례를 베푼다. ‘열나흗날은 액막이 날이다’라는 말처럼 일 년의 액을 모두 막아낸다. 거리제, 서낭제, 요왕제 등을 지내거나 개울에 노두를 놓는다. 제액초복(除厄招福)이라는 말처럼 액을 모두 몰아냈으니 보름날부터는 복만을 초치(招致)하면 된다.

일 년 중 가장 큰 보름달이 뜬다는 정월 대보름날은 농군들에게 가장 큰 복인 풍년에 대한 희망이 분출되는 날이다. 농사에 필요한 일꾼이나 머슴은 보름 이전에 모두 정한다. 보름은 농사가 시작되는 중요한 시간이므로 이전에 준비한다. 보름날이 되면 아침부터 남자들이 모여 소를 농사에 이용하는 데 필요한 물품을 만든다. 소와 쟁기를 잇는 봇줄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일 년 농사가 소와 더불어 이루어지므로 봇줄은 누구라도 거들어야 하는 공동 작업이다.

일 년 동안 사용할 봇줄을 만들고는 한 해의 풍년을 점치는 점풍(占豊)을 한다. 윷을 수답(水畓)과 건답(乾畓)으로 구분하여 놀아본다. 건답이 이기면 그 해에는 건답까지 넉넉히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물이 확보된다. 반면에 수답이 이기면 수답에만 풍년이 든다. 풍년을 희구하는 마음은 남녀노소 누구나에게 넘쳐난다. 보름날 아침에는 흰쌀밥을 김에 싸서 ‘김쌈’을 싼다. 그 해에 거두어들인 볏섬을 미리 싸는 것으로 간주되므로 많이들 싸 먹는다.

[2월]

실질적인 농사는 이월 초하루부터 시작된다. 해동(解凍)이 되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농사 준비로 들어간다. “이월 초하루에는 머슴들이 썩은 새끼줄로 사립문에 목을 맨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었음을 빗댄 말이다.

[3월]

삼월이 되면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데, 이 제비가 집을 짓는 것을 보고 그 해의 풍흉(豊凶)을 점친다. 마을 앞 버드나무의 잎이 피는 것을 보고도 풍흉을 점친다. 심지어는 소쩍새가 우는 울음소리를 듣고도 풍흉을 점친다. 풍흉은 못자리와 모내기를 앞두고 있는 농민들에게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4~6월]

모내기철에는 특별한 의례를 베풀지 않는다. 바쁜 일손을 놀려야 하는 농군들에게 일은 놀이와 어우러진 하루하루의 일상일 뿐이다. 풍장을 울리며 일터로 나가 바쁘게 일손을 놀리다가 돌아올 때면 다시 풍장과 어우러져 놀이판을 벌인다. 지친 몸과 마음을 놀이로써 극복하고자 하는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의지만으로는 풍농을 기대할 수 없다. 비가 오지 않으면 하늘에 기우제를 지낸다. 노성천(魯城川) 주변의 마을들에서는 여자들이 여성의 생리혈이 묻은 월경대를 막대기에 꿰어 가지고 천변으로 나간다. 곡식을 까부르는 키로 물을 까부르며 비가 오기를 희구한다. 키를 까부르면 물이 키 끝에서 비처럼 떨어지듯이 비가 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행하는 유사주술(類似呪術)이다.

[7~8월]

여름철의 고된 노동을 마치고, 음력 칠월 칠석(七夕)이나 백중(百中) 즈음이 되면 신명나는 놀이판을 만든다. 농사는 혼자서 할 수 없는 협동 노동의 산물이므로 대동(大同)이 하나가 되는 장을 만든다. 마을 별로 짰던 두레가 하나의 놀이판이 되기도 하고, 여러 개의 두레가 함께 하는 합(合) 두레판이 되기도 한다. 논산시에서는 전자를 ‘소두레’라 하고, 후자를 ‘대두레’라 한다. 두레와 관련해서는 논산시 광석면 오강리의 지와바리와 연산백중놀이가 그중 유명하다.

논산 지역에서는 7월과 8월을 ‘어정칠월, 동동팔월’이라 했다. 칠월은 비교적 한가해서 어정거리며 다니지만, 팔월부터는 바삐 손을 움직여야 논과 밭의 작물을 추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쉼 없이 계속되는 노동 속에서도 농민들은 누런 들판의 곡식들을 보며 만족한다.

[9~12월]

가을걷이를 끝내고 집의 지붕마저 올리면 한해의 일거리는 모두 끝이 난다. 이때가 되면 한 해 동안 일을 거든 머슴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새로운 봄을 준비하기 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민속학적 의의]

자칫하면 지루하거나 지치기 쉬운 일상에 리듬을 주기 위하여 세시풍속을 베풀고,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농군의 마음을 담은 의례를 베푼다. 또한 바쁜 일손을 놀리다가 잠깐 멈추어서 풍장을 두드리고, 밤낮 없이 일을 하다가 하루 짬을 내어 시절 음식을 마련해 먹는다. 그것은 단순한 의례이자 놀이가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내기 위한 ‘참’의 철학이 담겨 있는 생활의 리듬인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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